[與 내각제 개헌론]공감대 확산…정가 「시한폭탄」

입력 1997-03-24 20:11수정 2009-09-2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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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청기자] 야권에서 불기 시작한 「내각제 바람」이 여권에까지 스며들고 있다. 내각제는 물론 어떤 개헌논의도 금기시(禁忌視)돼왔던 그동안의 여권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상당한 변화다. 요즘 여권내에서 내각제 문제를 적극 언급하고 나서는 쪽은 李漢東(이한동) 李洪九(이홍구)고문이다. 그들의 내각제관련 언급은 이미 일정 수위를 넘어섰다. 이들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권력운용」 차원의 문제제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에 따라 그 이상의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상태다. 이같은 상황변화는 「金賢哲(김현철)사태」에 함축된 정치적 파괴력에 대한 우려와 관련이 있다. 또 여권의 불안정한 대선구도도 내각제논의를 가시화시키는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한동고문은 24일 자신의 권력집중비판발언과 관련, 『장기적으로는 제도적인 문제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강을 건널」 채비를 갖췄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이고문의 최근 언행에서는 구체적인 플랜까지 마련해놓은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이홍구고문도 이날 『야당의 견해가 무엇인지 충분히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며 한발짝 더 나아갔다. 현재 여권내 내각제논의의 진앙(震央)은 두 이고문이지만 지진대(地震帶)는 더 넓게 퍼져 있다. 우선 정권의 중심축에서 소외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한 민주계 인사들의 내각제 언급이 부쩍 잦아졌다. 崔炯佑(최형우)고문도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며칠전 金潤煥(김윤환)고문과 만나 『내각제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의중을 타진했다는 후문이다. 徐錫宰(서석재)의원 등 일부 민주계 중진도 내각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당내의 정설이다. 李壽成(이수성)고문이 24일 「이제 뭔가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 야당까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답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김윤환고문의 태도는 아직 모호하다. 그는 『내 지론은 내각제이지만 대선전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기반인 민정계의 다수가 내각제에 대한 잠재적 동조자들이다. 개헌의 실현가능성과는 별도로 이처럼 여권내 상당수 대선주자들사이에서 내각제에 대한 논의가 갈수록 깊어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일부 대선주자들은 이미 야권과도 물밑논의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대두된다. 여권내 내각제논의 부상은 머지 않아 대대적인 정계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즉 현철씨가 비리혐의로 사법처리될 경우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국정통제력을 거의 상실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확실한 구심점이 없는 여권의 분열과 함께 정계재편이 촉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5월위기설」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의 대선주자중 朴燦鍾(박찬종)고문과 金德龍(김덕룡)의원은 원칙적으로 내각제에 반대한다. 그러나 이들의 향후 거취도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현재로선 李會昌(이회창)대표만이 확실한 내각제반대론자다. 아무튼 여권의 내각제논의는 한동안 대선주자들사이에서 내각제 취지를 염두에 둔 권력분점논의로 전개될 것 같다. 그러나 정국의 추이와 여권의 대선후보결정양상, 그리고 야권내부의 사정변화에 따라서는 본격적인 개헌논의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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