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신부 동시입장 無주례등 신세대 결혼도 튄다

  • 입력 1997년 3월 24일 07시 47분


[강수진기자] 결혼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기존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으로 결혼식을 치르는 커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귀국한 유학생 홍정민씨(33)는 후배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달라진 결혼 풍습에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결혼식이 끝나고 양가 부모와 하객에게 인사를 드리는 순서에서 갑자기 신랑이 넙죽넙죽 큰절을 올리더라는 것. 어리둥절해 있는 홍씨에게 다른 후배가 『요즘은 신랑이 고개만 숙여 절을 하는 대신 감사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양가 부모님과 하객에게 큰절을 올리기도 한다』고 말해주었다. 폐백때도 신랑측은 물론 신부측 부모까지 모시고 절을 했다. 홍씨가 참석한 결혼식은 그래도 전통적인 형식을 많이 따른 편. 신랑신부가 손을 잡고 동시입장하거나 폐백은 아예 생략하는 결혼식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고 좀더 「튀는」 커플들은 아예 주례없이 신랑신부가 직접 결혼성혼문을 낭독하기도 한다. 결혼준비과정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부모가 혼수나 예물을 장만해주는 대신 각각 자녀의 통장에 돈을 넣어주고 두사람이 알아서 사용토록 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달 결혼한 김모씨(27)부부는 각각 부모님으로부터 결혼준비자금으로 5천만원이 든 통장을 받아 그 범위안에서 혼수 예물 예식장비용 등 결혼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충당했다. 당사자가 직접 돈을 관리하다 보니 예물 예단에 들어갈 돈은 최대한 절약하고 가전제품도 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 골라 사는 등 되레 「구두쇠」가 됐다는 것. 이같은 「실속파」 커플들이 늘어나면서 함을 안파는 경우도 많아졌다. 함값으로 하룻밤에 몇십만원씩 쓰느니 꼭 필요한 곳에 쓰겠다는 생각으로 아예 함을 생략하거나 신랑이 혼자 함을 지고 신부집에 들어가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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