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원 부도 파문]출판-문화계 「지각변동」예고

입력 1997-03-23 19:45수정 2009-09-2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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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태기자] 22일 최종부도를 낸 고려원(사장 김낙천)은 78년 설립돼 2천7백여종의 책을 발간해온 국내 최대의 단행본 출판사. 직원 2백여명에 연간 매출액만 2백억원이 넘는다. 이번 부도는 고려원의 과다한 사업확장과 한보 삼미부도 등으로 경색된 은행가의 대출 몸사리기가 맞물린 것이다. 고려원은 그동안 문학 인문과학 철학 관련서 외에 화제성 대중물, 유명인사 자서전, 해외 논픽션 등을 펴내 연1회 이상 대형 베스트셀러들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일교포작가 유미리씨의 대표작 「가족 시네마」 「풀 하우스」를 발간했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 차남 賢哲(현철)씨의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싶은 이야기」를 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고려원은 최대 단행본출판사라는 저력을 바탕으로 지난 93년부터 외국어교재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시작, 95년 「오성식 생활영어」가 성공리에 시장에 진입했다. 이어 「코츠코츠 일본어」 「리틀 링컨」 「링거폰 아메리칸 잉글리시」 「오성식 생활영어 비디오판」과 「어린이 전래동화 비디오전집」(미출시) 등을 위해 3년간 90억여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같은 사세 확장 작업이 최근 금융가의 대출상황 악화로 순식간에 경영 악재로 돌변, 부도로 연결됐다. 고려원은 이제 법정관리, 대형 출판그룹으로의 인수 또는 새 자본주를 끌어들여야 할 기로에 놓여 있다. 고려원측은 『현재 외국어 교재들이 제작 완료되고 독자적인 판매망을 완비해가고 있으므로 문화사업에 뜻이 있는 자본주들을 끌어모아 증자, 회생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고려원이 회생하지 못할 경우 출판 서점업계와 문화계 전반에 적지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고려원측의 협력업체는 기존의 출판 도매상 인쇄 제지 제본사들은 물론 외국어교재를 함께 만든 음향 영상 특수인쇄업체 등 여러 방면에 산재해 있다. 올해안에 출판키로 하고 계약금을 지불한 외국 필자들만도 1백명 가량 된다. 국내필자들과의 계약도 많다. 고려원이 재기하지 못한다면 이 계약들이 무산되면서 수백명의 국내외 필자에대한 인세지급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고려원 박건수전무는 『내핍을 각오하고 있지만 협력업체들과의 인간 관계를 바탕으로 이번 주중 「가족 시네마」 재판 발행과 「시경」 「요설록」 등 예정된 출간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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