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2천억」의혹]검찰 「확실한 단서」잡은 듯

입력 1997-03-22 08:12수정 2009-09-2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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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1일 金賢哲(김현철)씨의 최측근이자 자금관리인으로 알려진 朴泰重(박태중)씨의 집과 사무실 예금계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함으로써 검찰의 현철씨 비리의혹수사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광범위한 내사를 통해 현철씨의 비리를 밝혀내기 위한 핵심고리로 박씨를 지목해왔으며 이날의 압수수색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영장에서 현철씨의 2천억원 리베이트 수수 의혹을 영장청구 이유의 하나로 제시한 것이 주목된다. 검찰 주변에서는 단순히 현철씨와 박씨의 관련여부나 박씨 개인비리를 파악하기 위한 압수수색영장이라면 영장에 이 사실을 굳이 구체화하지 않을 수 있었던 만큼 내부적으로 상당한 수사진전이 있었음에도 검찰이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가 만만찮다. 金相喜(김상희)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현철씨의 리베이트설을 영장에 넣은 것은 다만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의혹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며 이와 관련된 혐의가 입증된 것은 전혀 아니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2천억원 리베이트 설은 지난달 24일 국민회의 林采正(임채정)의원이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기했을 뿐 언론에서는 집중부각하지 않았다.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위해서는 박씨 개인의 증여세 탈세나 지역민방선정개입 의혹 정도로도 충분했다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검찰이 그동안 내사과정에서 현철씨의 2천억원 수수설에 대해 어느정도 단서를 포착했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검찰이 영장에서 밝힌 의혹의 내용도 매우 구체적이다. 계약일시와 장소가 94년 7월부터 12월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철강 사무실이라고 비교적 정확하게 특정한 점, 외환은행 강남지점과 제일은행 섬유센터지점 등 거래은행을 명시한 점 등을 볼 때 박씨에 대한 압수수색은 리베이트설과 관련, 그동안 확인된 사실을 재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보철강은 1백만t 규모의 열연관련 설비 2기를 도입하는데 7천7백97억원을 투자했으나 같은 설비를 도입한 포항제철은 6천2백억원, 미국의 뉴코사는 4천6백억원을 써 2천억원의 리베이트 수수설은 불가능한 계산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현철씨 수사를 마냥 오래 끌 수만 없는 것 아니냐』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만약 2천억원 수수설과 관련, 현철씨의 혐의가 확인된다면 검찰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4월말경 국정조사 청문회 출석 이후로 예상됐던 현철씨의 검찰재조환 시기는 훨씬 앞당겨질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해외에 도피시켜 놓았을 경우 어떻게 혐의를 입증할 것인지도 검찰이 안고 있는 과제로 지적된다. 〈서정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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