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손익계산서]中 외교영향력 확대 재미『짭짤』

입력 1997-03-18 19:45수정 2009-09-27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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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황의봉 특파원] 黃長燁(황장엽)북한노동당비서의 망명사건처리는 중국과 남북한 등 관련 3개국에 적지 않은 이해득실을 던져준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측은 일단 황비서의 망명을 궁극적으로 실현시켰다는 점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처음 황비서가 망명을 요청해왔을 때 과연 망명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만만디로 유명한 중국과의 협상이 얼마나 갈 것인지 불투명했던 데에 비하면 성공작이라는 게 협상팀의 자평이다. 중국외교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경험했다는 점도 무형의 소득이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생각보다 합리적이며, 매우 실리적인 외교를 구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우리도 합리적인 자세로 당당히 대중(對中)외교에 임한다면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외형적인 소득과는 달리 이번 협상이 내막적으로는 중국에 의해 주도돼 우리 외교의 한계가 분명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실무적인 사항에서 우리측의 끈질긴 노력으로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으나 제삼국행 등 굵직굵직한 원칙들은 중국의 주도권 행사에 따라가는 양상이었다. 북한은 황비서가 망명을 신청한 만큼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중국으로부터 황비서의 망명이 「자유의사」라는 점을 통보받고 나서 더욱 대화의 폭이 좁아졌다. 더구나 북한요원들의 한국영사부 진입시도와 한국인에 대한 테러위협 등으로 중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여기에다 한국의 납치행위라는 주장에 중국마저 냉담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명분마저 잃어버린 셈이 됐다. 이런 요인들이 겹쳐 실제 협상과정에서 적극적인 입장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북한은 일찍이 입장정리를 함에 따라 이후의 사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예컨대 北―美(북―미)관계개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황비서사건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승산없는 게임에 집착하지 않고 실리를 겨냥하는 노련한 수법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건발생국으로서 관할권을 행사, 역시 짭짤하게 재미를 보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골치아픈 사건을 커다란 외교적 마찰없이 처리해냈고, 그 과정에서 남북한 양측에 모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또 국제법과 국제관례를 존중한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과시할 수 있었던 점도 중국이 거둔 수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제삼국 체류기간이나 한국행의 시기 및 황비서를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요망했다는 사실은 주권국가인 한국에 내정간섭적인 요인도 있어 앞으로의 관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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