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비서 출국쟁점]체류기간-국가-호송방법 줄다리기

입력 1997-03-18 19:45수정 2009-09-27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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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황의봉 특파원] 黃長燁(황장엽)비서의 망명협상은 중국을 사이에 둔 채 남북한이 밀고 당기는 3각구조로 진행돼 해법을 찾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게 전개됐다. 협상의 가장 큰 이슈는 제삼국 체류여부였다. 우리측은 처음 서울직행을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내심 제삼국행을 통해 망명을 실현시킬 수만 있다면 성공이라는 내부작전을 세웠다. 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북한이 지난달17일 외교부성명을 통해 「변절자여 갈테면 가라」고 입장정리를 하는 바람에 중국이 운신하기가 쉬워졌기 때문. 중국은 鄧小平(등소평)추도대회가 끝난 직후인 지난달 26일과 27일 남북한 협상대표를 잇달아 불러 제삼국 체류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의 의중을 이미 감지한 데다 북한이 납치주장을 포기, 일찍 체념하고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제삼국행이 쉽게 풀리자 이번에는 체류기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중국이 이 문제를 가지고 우리측과 협상 막바지 단계까지 줄다리기를 했다. 중국은 체류기간에 대해 명확하게 복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한국의 단기간 체류안은 받아들이지 않는 끈질긴 전술로 나왔다. 결국 韓中(한중)양국은 약 1개월이내 체류로 합의점을 찾기에 이르렀다. 체류대상국 선정문제는 비교적 쉽게 결론이 났다. 북한공관이 없는 국가로서 중국과도 관계가 원만해야 하고 한중 양국에서 너무 먼 곳은 곤란하다는 원칙하에 찾아낸 나라가 필리핀과 브루나이였다. 최종 결론은 필리핀으로 내려졌다. 황비서가 영사부를 떠난 지난 17일 오전까지도 출발여부를 알 수 없을 만큼 진통을 겪은 마지막 쟁점은 호송주체 호송루트 이용공항 경호방법 등 실무적인 사안들. 사소한 문제들 같지만 주도권 행사주체 등 예상외로 까다로운 쟁점들이 속출하는 바람에 협상이 상당히 지연됐다. 그러나 이 문제도 15일 필리핀 외무장관이 황비서의 필리핀행을 시인, 의외로 빨리 풀렸다. 체류지가 노출된 이상 속전속결로 처리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급기야 지난 16일 마지막 접촉을 갖고 쟁점사항에 대한 중국측안을 모두 수용키로 통보, 쟁점이 완전타결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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