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회창대표체제]野,「대쪽」이미지 흠집내기

  • 입력 1997년 3월 14일 20시 21분


[정용관기자]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이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에 대한 직격탄은 자제하면서도 서서히 「대쪽」이미지에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있다. 14일 두 당은 이대표의 취임기자회견을 둘러싸고 신한국당 내부가 시끄러워지자 이를 기회삼아 일제히 가벼운 펀치를 날렸다. 양당이 이날 특히 문제를 삼은 것은 이대표가 측근들을 통해 「대표―후보 분리」를 강조해오다 막상 대표가 된 뒤에는 『그것은 내 개인의 견해가 아니다. 대표와 경선출마는 별개의 문제』라고 입장을 바꾼 부분. 국민회의 柳鍾珌(유종필)부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쪽대표」로서 대선후보 경선출마 문제에 대해 어제말 다르고 오늘말 다르다. 남에 대한 원칙과 나에 대한 원칙이 다르다』고 비난했다. 유부대변인은 특히 『이대표의 말바꾸기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대선자금을 내손으로 직접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발뺌한 것과 같다』면서 『정치신인 이대표가 정치9단 김대통령을 닮은 것은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는 지난해 1월 이대표가 신한국당에 입당할 때부터 대표에 취임할 때까지 경선문제에 대한 이대표의 발언내용을 정리, 배포했다. 자민련도 이대표 흔들기에 가세했다. 安澤秀(안택수)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대표는 자신의 언동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적당한 식언(食言)은 하지 않기를 충고한다』면서 『대쪽이 수양버들로 변신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부추겼다. 야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대표가 다른 후보군들보다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어 가장 껄끄러운 상대라고 평가해온 내부시각과 무관하지 않다. 야권은 머지 않아 이대표를 둘러싸고 신한국당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적절한 기회를 잡아 여권의 내분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대표는 먼산이라 높아 보였던 것일 뿐』이라는 여론을 확산시켜 현실정치에서의 이대표 위상을 끌어내리겠다는 계획이다. 야권의 이날 공세는 한보사건, 金賢哲(김현철)씨 문제, 안기부법 처리 등을 앞두고 본격적인 공격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많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