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국제마라톤]『이봉주는 「설욕의 화신」』

입력 1997-03-13 20:10수정 2009-09-27 02:3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경주〓장환수기자] 「한번 진 빚은 꼭 갚고야 만다」. 이봉주(27·코오롱)는 동갑내기 황영조에 비하면 대기만성형. 때문에 그는 황영조가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움켜쥐었을 때에도 그늘에서 묵묵히 「내일」을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이봉주는 설욕의 화신. 이봉주의 앞을 밟고 지나간 수많은 스타들은 다시 만난 그로부터 두배의 수모를 되돌려 받아야 했다. 첫 제물은 팀동료인 황영조와 김완기. 90년대 들어 한국 마라톤의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던 이들 세명은 지난해 96동아국제마라톤에서 극명한 영욕의 길을 걸었다. 국내대회로 치러진 91년과 93년 동아마라톤에서 각각 이봉주를 보기좋게 녹아웃시켰던 황영조와 김완기. 이들은 96동아국제마라톤에선 각각 29위와 4위에 머물러 2시간08분26초의 놀라운 기록으로 2위에 오른 이봉주의 들러리로 전락했다. 이봉주의 다음 목표는 안드레아스 에스피노사(멕시코). 94보스턴마라톤에서 2위 에스피노사에 2분이상 뒤지며 11위에 그쳤던 이봉주는 95동아국제마라톤에서 1위를 차지, 앙갚음했다. 에스피노사는 3위.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인자」 마르틴 피스(스페인)도 이봉주의 칼날을 벗어나지 못했다. 96동아국제마라톤에서 불과 1초차로 월계관을 넘겨줬던 이봉주는 애틀랜타올림픽의 폭염속에서 「복수의 칼날」을 세웠다. 이봉주는 은메달, 피스는 4위. 그러나 설욕을 향한 대장정은 끝난 게 아니었다.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조시아 투과네(남아공). 이봉주는 불과 넉달후 열린 후쿠오카국제마라톤에서 우승, 왼쪽 넓적다리 부상으로 중도기권한 그에게 곧바로 빚을 갚고야 만다. 올해 동아국제마라톤에선 이봉주에게 설욕의 대상은 없는 셈. 94년 우승자 마누엘 마티아스(포르투갈)도 95년과 96년 대회에서 이봉주에게 연달아 뒤졌다. 이제 입장이 바뀌었다. 이봉주는 다른 선수들의 도전을 뿌리쳐야 한다. 방어하는 입장에 선 이봉주의 레이스는 어떤 색깔일까. 이번 대회를 지켜보는 팬들에겐 또다른흥미거리가아닐수없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