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김상영특파원] 「뇌출혈, 전신마비의 식물인간 상태」.
프랑스의 한 전직 언론인이 이같은 역경을 딛고 자신의 투병을 바탕으로 한 철학서를 펴내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손은 물론 입마저 마비돼 벙어리가 된 그는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왼쪽 눈꺼풀을 깜박거리는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 책으로 엮어냈다.
장 도미니크 보비(45).
「코티디앵 드 파리」지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젊은 나이에 여성잡지 「엘르」의 편집장이 되기까지 그는 상당히 잘 나가던 유명인사였다.
사람들의 시야에서 그가 사라진 것은 95년12월.
갑자기 찾아온 뇌출혈은 그의 온 몸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현대의학 덕분에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왼쪽 눈꺼풀 외에는 목을 약간 돌릴 수 있을 뿐이다.
그가 펴낸 책의 제목은 「잠수복과 나비」.
잠수복은 미동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린 자신의 육체를 표현한 것이고 나비는 자유로운 정신을 상징한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모든 것을 잃었다고 느꼈을 때 나에게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것을 생각했다. 그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과 멀쩡한 정신이었다. 정신이 살아 있으면 인간은 시공(時空)을 초월해 날 수 있다』
보비는 오늘도 입원중인 베르크 플라주 병원에서 이 병원이 특별히 고안한 장치를 사용해 왼쪽 눈꺼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이 장치는 눈의 깜박거림을 전자신호로 바꿔주는 방식. 비슷한 처지에 있는 영국의 유명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