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동아 국제마라톤]이봉주『꼭 한국新』투지 불탄다

  • 입력 1997년 3월 3일 19시 59분


[장환수 기자] 3일 아침. 서울로 돌아오는 선수단 버스에 몸을 실은 이봉주(27·코오롱)의 투지는 그 어느 때보다 불타 올랐다. 우선 경북 김천에서의 「지옥훈련」 효과가 기대 이상이었다는 자체 분석. 또 하나는 「숙명의 라이벌」 마르틴 피스(33·스페인)가 지난 2일 일본 비와코 마이니치마라톤에서 2시간08분05초의 놀라운 기록으로 우승했다는 보도를 접한 때문. 오는 16일 경주에서 열리는 97동아국제마라톤 겸 제68회 동아마라톤대회에 대비, 지난달 12일 김천에 훈련캠프를 차린 「코오롱사단」은 20일 남짓한 짧은 기간에 개인당 줄잡아 1천㎞씩을 소화해 냈다. 하루 50㎞ 이상을 달리는 강행군. 이 정도 훈련량이면 42.195㎞의 풀코스가 오히려 짧게 느껴질 정도가 된 것. 특히 이봉주로선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막판 체력저하를 보강하기 위해 매일 따로 남아 3㎞씩을 전력 질주하는 스피드훈련을 해왔다. 스피드 향상을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는 평소 구부정한 자세에서 허리를 곧추세워 보폭을 1㎝ 정도 늘리는 주법 교정도 시도했다. 정봉수감독은 『보폭을 늘릴 경우 스피드는 향상되지만 지구력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라면서도 『선두권 다툼이 치열할 때나 막판 스퍼트 때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옥훈련」의 성과를 길게 나열하기에 앞서 이봉주의 가슴에 불을 지른 것은 뭐니뭐니 해도 마르틴 피스의 우승 소식과 그의 기록. 지난해 96동아국제마라톤에서 불과 1초차로 피스(2시간08분25초)에게 월계관은 물론 작년 세계랭킹 1위의 자리를 내줬던 이봉주로선 다시 한번 전의를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 더구나 이번에 피스가 낸 기록은 황영조가 지난 94년 보스턴국제마라톤에서 세운 한국 최고기록(2시간08분09초)을 능가하는 것이어서 「순위보다는 기록 경신이 관심사」인 이봉주에게 손에 잡히는 목표를 제공한 셈. 이봉주는 『지난해 동아국제대회에서 피스에게 진 빚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되갚았지만 이번에는 2시간 7분대에 진입해 기록에서도 앞서고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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