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여성정치인 『살림이나』여론에 위상 위축

입력 1997-01-15 20:19수정 2009-09-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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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京娥기자」 러시아에서 공산주의식 「상징적인 남녀 평등」이 사라지는 대신 「여자는 집에서 살림이나 해야한다」는 전통관념이 되살아나면서 여성정치인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 구성을 보면 표면상 여성의 정치활동이 크게 미약한 것은 아니다. 4백50명의 하원의원중 42명이 여성이다. 그러나 이것은 선출이 아니라 아직도 공산주의 이념을 신봉하고 있는 몇몇 정당들이 여성에게 「쿼터」로 자리를 줬기 때문이다. 쿼터제가 사라진 상원의 경우 1백89명 가운데 여성은 단 한명뿐이다.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고위각료 가운데에서도 여성은 찾아볼 수 없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매들린 올브라이트를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으로 임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동안 옐친 대통령의 딸인 타치아나 디아첸코(36)가 옐친을 보좌하는 비서역을 해 화제가 됐지만 그녀는 아무런 공식직함도 없다. 러시아인들이 「튀는 여성」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사실은 구소련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부인 라이사가 지난 80년대 남편의 외국방문길에 함께 나서 엄청난 국내 비난을 받은 데에서도 보인다. 타치아나는 최근 그녀가 라이사 여사와 비교된 데 대해 크게 분개했다는 후문.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정계 진출 자체가 힘들 뿐 아니라 진출해서도 첩첩산중. 여성하원의원인 이리나 카카마다(41)는 『사람들로부터의 조롱이나 비아냥을 모두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목적만을 생각해야 살아 남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여성의원인 갈리나 스타로보이토바(50)는 8년전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 이혼까지 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대부분의 여성의원에게 아직도 가정이냐, 사회활동이냐는 택일의 문제입니다. 남자들은 자신들의 아내가 부엌에서 요리나 하길 바라지 하루 20시간씩 정치활동을 한다는 것은 허락하지 않지요』 러시아가 얼마나 「꽉 막힌」 남성중심사회인지 지난해 10월 세르게이 세메노프 의원이 「일부다처제」법안을 제출했다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너무 피곤해서 남편에게 제대로 봉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안제출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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