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1백여명, 신도시 일산에 『삶의 둥지』

  • 입력 1997년 1월 15일 20시 18분


지난 94년경부터 시작된 문인들의 신도시 일산행 이주 행렬이 지난해말까지 1백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돼 「일산 문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구(區) 단위로는 가장 많은 문인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어 화제다. 문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주요 문인들만 보아도 문학평론가로는 김치수 임우기 김사인씨 등이, 소설가로는 김성한 이상우 유시춘 임철우 이순원 김형경 위기철 김인숙씨 등이, 시인으로는 박찬 고형렬 채호기 고운기 이산하 최영미씨 등이 자리를 잡았다. 문인들 사이에 탈(脫)서울 일산 이주 바람이 분 것은 이들이 굳이 서울로 매일 출퇴근을 할 필요는 없으나 중앙의 문화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기 때문. 특히 분당 산본 등 서울 남쪽보다 일산으로 이주가 많은 것은 주요 문학출판사와 문학단체 언론사 등이 강북 일대에 있고 전통적으로 문인들의 활동중심지가 강북의 관철동 인사동 동숭동 등이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산에 사는 문인들은 예전과 다른 정을 주고받는다고 말한다. 시인 박찬 최영미 소설가 김인숙씨 등과 인근에 사는 서해성씨는 『문인들이 서로 어울려 최근 작품 소식들을 주고받을 뿐 아니라 외출시 아이들을 맡아주거나 경조사를 챙겨주기도 해 인간적으로 유대가 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모여서 함께 하는 일들도 다양하다. 김지하씨는 지난해 시인 윤중호 출판인 김준묵씨 등과 일산 인근의 주말농장을 임차해 고추 배추농사를 짓기도 했다. 소설가 김이구씨는 최근 펴낸 창작집 「사랑으로 만든 집」에서 일산에서 사는 이들의 오밀조밀한 삶을 담아내기도 했다. 문인들을 따라 단골주점들이 일산으로 옮겨오기도 한다. 연세대 출신 문인들이 자주 들르던 신촌 「숲속의 섬」이 일찌감치 일산으로 옮겨온데 이어 지난해말에는 인사동에 있던 문인주점 「시인학교」가 일산 백마마을로 옮겨와 옛날 같은 활기를 띠고 있다. 이 주점은 황토집 두채중 한채를 「문학의 밤」 행사 장소 등으로 쓰게 하고 봄부터는 시화전과 문인육필전을 열 예정이다. 운영을 맡고 있는 시인 정동용씨는 『일산은 다른 지역보다 30대 전업작가들이 월등히 많은 것 같다』며 『자칫 출판사 중심으로 모이기 쉬운 이들이 이웃사촌으로 만나 사심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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