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걱정되는 「요즘 젊은이」들

  • 입력 1997년 1월 14일 20시 22분


인쇄광고업을 하다 보니 자잘한 거래처가 많아 가끔 직원들을 보내 제작과정을 감독토록 하기도 하고 직접 나서기도 한다. 지난해 12월이었다. 그날 을지로 충무로를 한바퀴 돌고 들어오니 오후4시였다. 그러나 일산에 있는 제본공장에 못간 것이 마음에 걸려 한 젊은 직원에게 그 쪽에 가서 좀 살펴보고 오라고 했다. 그 직원의 말이 대뜸 『7시에 애인을 만나기로 해서 못가겠어요. 그리고 왜 나만 시켜요』하는 것이다. 『야, 지금 근무시간이야. 사장이 가라면 가야 될 것 아냐』 이런 식으로 나무라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했지만 녀석은 막무가내로 못가겠다고 했다. 화가 나서 사표를 내라고 했고 녀석은 그 이튿날 아침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갔다. 딴 곳에 가면 받아주는 회사가 있기 때문에 사표 한장 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로 생각하고 있는 게 요즘 젊은이들이다. 연초에는 직원 두명이 급료와 상여금을 받고 난 뒤 사전에 예고도 없이 또 그만 두었다. 그들은 이미 회사를 두번씩이나 옮긴 사람들이다. 사장은 빚을 얻어서라도 급료와 상여금을 지급하고 그야말로 상전 대접하듯이 대해도 왜 요새 젊은이들은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3D업종은 이제 외국인들이 차지했고 전국 도처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체에 외국근로자들의 취업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과연 오늘의 우리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을까. 단돈 몇만원이라도 더 주는 곳이 있으면 몇번씩이나 직장을 옮기고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은 아예 하지 않는 오늘의 일부 젊은이들. 정말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망해야 돼요. 나라 경제가 60년대 수준으로 쫄딱 망해서 기업주고근로자고간에처음부터다시시작해야됩니다』 일전 파업근로자들의 행진으로 길이 막히자 영업용 운전을 하던 기사가 화가 나서 한 말이다. 오늘의 한국경제가 당장 치유될 수 없는 중병에 걸렸다고들 한다. 그 이유는 기술이나 돈보다 사람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김 윤 길(서울 중구 신당동 현대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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