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다 쇠고기 탓이오』

  • 입력 1997년 1월 6일 20시 12분


연말 TV를 시끄럽게 장식한 페루의 인질사태를 지켜보던 한 친구가 중얼거렸다. 『다 쇠고기 탓이오』 중남미의 정정불안은 빈부격차에 있고, 그것의 근본적 원인은 소수 부유층에 의한 토지의 점유에 기인한다. 특히 20세기 들어 급격히 증가한 쇠고기 소비량에 발맞추어 중남미에서는 대규모 목초지가 조성되면서 다수의 농민들은 토지로부터 내몰렸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약 13억마리의 소들이 있는 데 이 대부분은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에서 잡아먹기 위해 길러지는 것들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만 세계 쇠고기 생산량의 4분의 1 정도가 소비된다.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쇠고기 소비량 때문에 1960년 이래 중앙아메리카 숲의 25% 이상이 목초지로 벌채되었고, 여기서 생산된 쇠고기는 미국의 햄버거 값을 낮게 유지하는데 기여했다. 13억마리에 달하는 소들은 수억명의 인간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곡물을 소비한다. 생산된 곡물의 약 40%가 가축의 사료로 쓰이는 기현상은 금세기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그리고 쇠고기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현대적 축산은 삼림의 파괴, 수질오염, 자원낭비와 같은 생태적 재앙을 일으킨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소를 보는 우리의 관념도 어느 새 크게 바뀐 것을 느낀다. 농사의 든든한 반려로 근면과 우직함의 상징이었던 소의 개념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쇠고기를 만드는 비육우의 영상만이 어른거린다. 과거의 소는 일하는 건강한 소였으나 오늘의 소는 가두어 먹이고 죽여서 물먹이는 쇠고기일 따름이다. 금년은 소의 해다. 이를 기화로 한달에 몇번씩 쇠고기 없는 날을 정하면 어떨까. 쇠고기의 소비를 줄이면 굶주린 사람들에게 돌아갈 곡식이 늘어나고 환경 파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들도 아마 조금은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최 협<전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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