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일본은 없다』

입력 1996-12-01 20:01수정 2009-09-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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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한국에 사는 친한파 일본인 한사람이 한국에 살면서 겪어야 하는 애로에 대해서 이렇게 호소했다. 한국인들은 일본을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 일생최대의 목표를 말하라면 일본을 이기는 것이라고 대답하며 이제는 꼴도 보기 싫어서 일본을 피하고 싶어하고 일본이란 나라가 제발 보이지 않는 다른 곳으로 옮기길 바라며 가능만 하다면 일본 열도자체가 소설에서처럼 침몰하여 지구밖으로 사라져 주기를 바란다. 외국과의 경기가 열리면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일본과의 경기로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에서는 관객들의 증오에 찬 함성 때문에 일본선수들이 주눅들기 십상이다. 일본이 이기는 경우는 온나라가 쥐죽은 듯 고요하지만 한국이 이기는 경우는 거리고 TV고 술집이고 그대로 잔치판이 된다. 이때 한가지 이상한 현상은 온나라가 갑자기 일본에 대해서 관대해진다는 것이다. 아나운서는 으레 『아 일본선수들도 잘 싸웠어요』라는 말을 수없이 하게 마련이고 관중들도 일본인에 대해서 새삼스레 친절해진다. 그 일본인이 공과금을 내러 관공서에 갔던 날은 한국이 지고 있다가 역전이 되었던 한일간의 야구경기가 있었던 날이었다. 마침 주머니에 있던 돈이 몇백원 모자라서 쩔쩔매고 있었는데 직원은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더니 평소에 그 차갑던 표정은 어디로 가고 만면에 웃음을 지으면서 돈을 깎아주었다고 한다. 차제에 독도문제는 우리들의 혈압을 또 한번 치솟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없다」라는 책의 저자는 단박에 명사가 되고 「일본은 있다」라는 책은 서점에서 찾기가 힘들다. 이제는 「일본없애기」나 「일본죽이기」라는 책이 나오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 같다. 이 동 신<경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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