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PC통신에선]헌팅족 득실…이래도 되나

  • 입력 1996년 11월 28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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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대화 실종…희롱 음담패설 난무▼ PC통신 대화방에 「헌팅족」이 득시글댄다. 제목부터 『나 강쇠다 옹녀 집합』 정도는 흔하니 가관이다. 대화방에 들어와서도 멀뚱히 여자가 있나 없나만 살핀다. 없으면 인사도 없이 사라지지만 있으면 죽기살기로 버틴다. 여자 하나에 몇명이 우루루 붙어서 그야말로 난리다. 꼬시다 잘 안되면 본색을 드러낸다. 희롱이나 욕설은 예사다. 음담패설을 담은 쪽지공세를 펴대면 대책이 안선다. 썰렁한 대화방에 여자라도 하나 들어오면 아연 뒤집어진다. 한마디라도 붙여보자고 다들 법석이다. 「사랑합니다」 「삐번 달라」 「전화번호 달라」 「한번 만나자」 등등. 남녀간의 진지한 대화에 불쑥 끼여들어 여자에게 수작을 거는 인간도 있다. 그러다 남자와 한판 결투를 벌이기도 한다. 자존심이고 뭐고 없으니 여자사냥의 수준도 치졸하다.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면서 그렇게까지 매달려야 하는건지. 수요가 있으면 공급도 있게 마련. 여성도 마찬가지다. 채팅방의 공주병 환자들은 아예 못말린다. 치마만 두르면 미모는커녕 「폭탄」이라도 좋단 말인가. 제발 정신 좀 차리자. 헌팅족속은 통신문화를 더럽히는 쓰레기다. 건전한 이용자들을 짜증스럽게 하지 말라. (나우누리ID·76guy·hsmn) ▼편안한 얘기상대 찾는 수단의 하나일뿐▼ 누구와도 부담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게 통신 공간이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물어보면 또 어떤가. 남자가 여자를 찾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통신이용자는 남성이 압도적이다. 여성의 관심을 끌자면 당연히 노력도 필요하고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그렇다고 「헌팅족」으로 매도하는건 옳지 않다. 어찌됐든 마음 터놓고 얘기할 상대를 찾자는 얘기니까. 그게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지 않은가. 통신에는 얼굴도 목소리도 없다. 아무런 선입견도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진솔한 공간이다. 먼 지역의 얘기도 듣고 마음맞는 사람을 만나 속내를 털어놓을 수도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쁨 또한 만만찮다. 때로는 대화방의 분위기에 휩쓸려 여자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하지만 통신에 재미를 더하자는 뜻일 뿐이다. 달리 흑심을 품기야 하겠는가. 전화선을 이용한 사이버 공간이라는 한계가 있는데 말이다. 물론 통신공간에도 물흐리는 「미꾸라지」가 없기야 하겠는가. 『통신료 전화료 다 내는데 웬 참견』하면 대안이 없다. 통신의 익명성이라는 날개까지 달고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초심자 시절의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시간이 해결해준다. (나우누리ID·젊은시인·o멋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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