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日帝감시 「정보기구」세웠다

  • 입력 1996년 11월 26일 08시 27분


고종황제가 일제의 침략기도에 맞서기 위해 1902년 6월 황제직속의 비밀정보기구를 설치, 일제의 동향 등을 감시했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李泰鎭(이태진·국사학)교수는 「제국익문사(帝國益聞社)」라는 비밀정보기구의 업무규정집인 「제국익문사 비보장정(秘報章程)」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에서 찾아내 25일 공개했다. 23개조로 구성된 비보장정은 제국익문사의 기능 활동범위 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비보장정에 따르면 경성에 본부를 둔 제국익문사는 상임통신원(16명) 보통통신원(15명) 특별통신원(21명) 외국통신원(9명)과 임시통신원 등 총 61명 활동원들의 보고를 토대로 매일 비밀보고서를 작성, 고종황제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대상 지역은 경성의 주요지역과 외국공관 및 외국인 거류지, 전국 13도, 주요항구 뿐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외국의 주요지역이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의 비밀탐지활동 대상은 △일본수비대장과 경관 △일본정당 △일본상인 △일본인조선협회지회 △일본정토종교당 △일본철도회사 △일본인 경영의 한성신보사 등을 망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통신원들은 △각국주재 공사의 행동 감시 △각국정부의 변개사항 △국회의 결정 △군함의 임시 파병 △각국의 대한 방침 등을 탐지하여 보고토록 했다. 이태진교수는 『비보장정은 고종황제가 무능해서 일제의 침략움직임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채 강제합병된 것이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국가경영체제를 갖추고 일제의 침략기도에 저항했음을 밝혀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金次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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