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유리한 시위장소 선점』 경쟁 치열

입력 1996-11-24 01:41수정 2009-09-2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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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간에 시위장소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신고만으로 집회를 열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같은 장소에서 두가지 이상의 집회는 동시에 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즉 집회신고서를 먼저 내는 쪽이 장소사용의 우선권을 갖는다. 이 때문에 회사 앞에서 집회를 가지려는 노조나 해고근로자 등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기업측이 장소사용의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집회신고를 먼저 하느라 경쟁을 벌이는 것. 23일 서울 여의도광장 조명탑 앞에서는 LG그룹에서 해고된 근로자 5명이 하루종일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LG사옥(쌍둥이빌딩)앞에서 농성을 벌였으나 LG그룹 산하 5개 회사가 지난 1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사옥 주변을 「소음공해추방과 환경미화캠페인」에 사용하겠다며 한발 앞서 관할경찰서에 집회신고서를 제출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농성장소를 LG그룹사옥에서 멀리 떨어진길 건너편으로 옮긴 것. 농성자들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음달 9일부터 연말까지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미리 신고를 해놓고 있다. LG그룹측은 현재 집회를 갖지 않고 있는데 경찰관계자는 『현행 집시법은 실제로 집회를 여는지의 여부는 따지지 않으므로 집회를 열지 않더라도 집회신고 자체를 무효화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집회신고경쟁은 지난 7월 20일부터 11월 초까지 서울 서초구 방배동 金宇中(김우중)회장 자택 앞을 두고 대우측과 해고자들 간에 20여차례나 벌어진 자리다툼에서 시작됐다. 해고자의 농성에 맞서 회사측은 「방배동 주거환경개선캠페인」 명목으로 집회신고서를 내는 맞불작전으로 해고근로자들의 집회를 막았다. 같은 시기에 서울 중구 남대문로 힐튼호텔 앞에서도 해고근로자들과 호텔측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대우사옥 18층에 우루과이 대사관이 들어있어 사옥 앞이 집회장소로 허용되지 않자 해고자들은 사옥 뒤편의 힐튼호텔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그러자 호텔측은 이에 대항해 『투숙객에게 불편을 끼치고 호텔의 이미지를 흐린다』며 「해고근로자 농성 규탄집회」를 가졌다. 또 지난 9월18일 민주당사에서 농성중이던 전국해고근로자복직투쟁위원회(전해투)소속 2명이 경찰에 연행되자 전해투측은 9월20일부터 11월 초까지 민주당사 항의방문시위를 벌였고 당측은 이들이 당사 앞에서 집회를 갖는 것을 우려, 「간첩침투규탄대회」와 「민주당에 대한 무고한 규탄에 대한 규탄대회」명목으로 집회신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철 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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