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9세 고용률 44%… 4년째 하락 AI가 ‘20대 신입 단순업무’ 대체 제조업 장기침체로 ‘장백청’ 늘어 전문가 “노동환경 개선, 내수 부양을”
수도권 한 대학 소프트웨어학과에 재학 중인 김다은 씨(22)는 올해 초 1년 휴학을 마치고 수업 시간마다 이런 말을 듣고 있다. 졸업하려면 아직 2년이나 남았지만 교수들마다 ‘취업난 극복’을 강조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김 씨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회사가 늘면서 초급 개발자를 잘 뽑지 않는다”며 “이제 생각하지 않았던 업종에까지 무작정 지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AI가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대체하고, 반도체 산업과 달리 전통 뿌리 제조업은 장기 침체로 일자리가 줄며 2030 ‘장백청(장기 백수 청년)’이 늘고 있다. 그나마 30대는 고용률이 80%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15∼29세 청년층은 최근 4년간 고용률이 내림세다. 두 세대의 고용률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며 이제까지의 ‘취업 빙하기’보다 심각한 ‘고용 절벽’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AI 도입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청년층이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경직된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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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과 30대 모두 장기 실업자가 늘고 있지만 두 세대의 고용률 격차가 두드러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달 30대 고용률은 81.0%로, 청년층(43.7%)보다 37.3%포인트 높았다. 10년 전인 2016년 4월 두 세대의 고용률 격차가 33.0%포인트였음을 고려하면 격차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두 세대의 고용률 격차는 역대 4월 중에서도 최대치다.
청년층 고용률은 60세 이상(47.2%)보다도 3.5%포인트 낮다. 한국 청년층이 대학 휴학, 군 복무 등으로 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특징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고용 부진은 다른 세대와 비교해 심각하다.
● “노동 환경 개선, 내수 부양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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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근로자들에게는 AI가 업무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초보적이고 단순 업무 위주인 20대 일자리는 AI에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 결과 AI를 도입한 기업의 청년층 고용은 다른 연령대와 달리 챗GPT 출시 이후인 2023년을 기점으로 정체 상태에 접어들었다.
경직된 고용 체계는 청년 고용을 더욱 위축시킨다. 정규직은 일단 채용하면 구조조정이 어렵고, 비정규직은 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보니 사람을 쓰는 데 부담이 큰 기업들은 AI 도입에 적극적이다.
국내 고용 시장의 핵심 축인 제조, 건설업의 부진도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유일하게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의 경우 비교적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반도체 취업유발계수는 생산 10억 원당 1.86명으로 건설(9.21명), 제조업 평균(4.85명)에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AI를 도입해 신입 채용을 줄여 인건비 부담을 낮추려 하고 있다”며 “인센티브를 제공해서라도 20대가 노동 시장에 진입할 길을 터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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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