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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게 안녕 건네기[내가 만난 명문장/송재홍]

입력 | 2026-05-24 23:00:00


“차이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리처드 세넷 ‘짓기와 거주하기’ 중




송재홍 작가·‘래퍼와 공원’ 저자

도시에서는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 맞닥뜨리는 일이 잦다. 의도치 않게 서로의 체취를 느끼고 눈빛과 낯빛을 살핀다. 곁눈질로 내가 폐를 끼치지는 않는지, 내가 왜 상대방을 신경 쓰고 있는지 시끄러운 생각들을 한다. 잠깐의 머무름에도 안녕하지 못한 채 헤어지는 일들의 반복이다.

연극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세요’는 낯선 이들과 안녕을 묻는 일을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 극장 바깥에서 이뤄진 연극은 서로 모르는 참여자들을 카드로 짝지어 다양한 형태의 가까운 머무름을 만들었다. 카드에는 여러 행동 지침이 적혀 있었는데, 그에 따라 둘은 서로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그림을 그려주기도 하고, 이어폰을 나눠 끼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를 헤아려 보기도 하고, 등을 맞댄 채 가만히 서서 서로의 체온을 느껴보기도 했다.

짝꿍은 조금 알아갔다 싶으면 바뀌었다. 새로 맞는 짝꿍과 안녕을 나누는 일은 별게 아니었다. 어색하고 낯설어도 그저 조금 뻔뻔하게 먼저 인사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덕분에 나는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에게 별일이 없어도 인사를 건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날씨 같은 시시콜콜한 주제가 꽤 쓸 만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실은 우리 모두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 안녕할 수 있다는 것을.

단순히 ‘스몰토크’가 필요하다거나 타자를 사랑하자는 말이 아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타자의 불가해함을 예의상 무시하는 방법 말고 안녕을 물을 방법은 없느냐는 질문이다. 우리는 도시에서 낯선 사람과 어떻게 서로 안녕을 건넬 수 있을까? 너무도 무거워서 벗어던져 버리고 싶은 타자의 무게를 어떻게 조금은 가볍게 만들 수 있을까?



송재홍 작가·‘래퍼와 공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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