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건설안전특별법’ 발의 사망사고 발생 시 과징금 최대 연매출 3% 10대 건설사 평균 영업이익률 3% 수준 매출 높은 건설사 부담↑ 사망사고 예방 목적 vs 기업 부담 과도 ‘논란’
뉴스1
다만 일각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대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를 밑돌고 있으며 지난해 대우건설이 약 3%, 삼성물산이 5%대, GS건설이 2%대 수준에 그친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다수 기업은 2024년 한 해 동안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매출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이번 법안은 사실상 연간 영업이익 전체에 버금가는 수준의 금전적 제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매출 규모는 크지만 적자를 기록 중인 기업일수록 과징금이 실적에 미치는 충격은 사실상 비현실적인 수준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법안은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대표로 박정현·손명수·윤호중·이건태·이광희·이병진·이연희·이재관·이정문·조인철 등 의원 총 11명이 공동 발의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 제출됐고 현재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돼 향후 심사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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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에 따르면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자는 연매출의 최대 3% 과징금 또는 최대 1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개별 공사의 도급액이 아닌 전체 기업 매출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이다. 또한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 건설공사에 관여하는 모든 주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명시해 최대 징역 7년 또는 벌금 1억 원 이하 처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 발의 배경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줄지 않는 건설업계의 사망사고가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총 589명이며 이 중 276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해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건설업계는 해당 법안이 과도한 규제라고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안전조치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과징금 규모에 대해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국회 논의 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관련 언급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평균 영업이익률이 3% 내외인 상황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3%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업 존립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으로 제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이중규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공사 참여 전반에 형사책임이 부과되는 구조에 대해서도 “실무 현장에서 책임이 불분명한 상태로 확산될 경우 오히려 안전관리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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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안전사고 예방이라는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책임 범위의 명확화와 과징금 산정 기준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 건설안전 전문가는 “사망사고에 대한 무관용 원칙은 유지하되 과징금 부과 기준은 공사 규모나 사업자의 안전관리 책임 범위에 따라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일률적인 매출 기준 과징금은 중소 사업자에게 지나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향후 법안 심의 과정에서 해당 조항들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현재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조차 실형 선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고 실제 영업정지나 과징금 집행 사례도 많지 않은 가운데 이번 건설안전특별법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도 처벌이 애매하고 정작 실효성도 입증되지 않은 상황인데 이 법이 실제로 시행돼서 기업에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며 여당 측에서는 제도적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인 만큼 일정 수준의 조정 후 통과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의 집단 반발과 법 적용의 형평성 문제 등을 감안해 신중한 입법 논의가 요구되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