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 (히라노 게이치로 페이스북) © 뉴스1
광고 로드중
일본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44)가 ‘혐한’(嫌韓) 감정을 부추기는 자국 매체들을 향해 “옛 징용공(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부터 읽어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히라노는 11일 보도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눈빛을 바꾸고 규탄하는 건 참을 수가 없다. 화가 날뿐더러 몹시 마음 상하는 일”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히라노는 특히 “한국 관련 문제가 생기면 미디어에서 무책임하게 반감을 부채질하고 혐오감·적의를 배출한다”면서 “(TV 프로그램에선) 한국 대법원 판결문도 읽지 않은 듯한 출연자가 논평하도록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광고 로드중
한국 대법원은 작년 10월부터 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후지코시(不二越) 등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일본 정부는 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고, 일본 내 보수·우익성향 매체들은 이에 편승해 노골적으로 혐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보도 등을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히라노는 “노동자는 소중히 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면 징용 판결문을 읽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들(징용 피해자)의 처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히라노는 징용 피해자 이춘식 옹(95)의 인터뷰를 읽었을 땐 자국에 와 있는 “(외국인) 기능실습생 문제가 겹쳐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광고 로드중
히라노는 “사람은 ‘속성’(屬性)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한 사람의 인간을 봐야 한다”며 “대립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저 사람은 한국인’이라고 범주화한다. 그러나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인생을 보면 공감할 수 있는 게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히라노는 1999년 소설 ‘일식’(日蝕)으로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했으며, 약 20편에 이르는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출간돼 한국에도 적잖은 팬을 갖고 있다. 그는 현재 한국·중국·일본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동아시아문학포럼의 일본 측 대표도 맡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