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김대건.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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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든 경쟁은 존재하지만 연예계만큼 치열한 곳은 드물다. 막연한 동경에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는 이들이 많지만 막상 도전하려면 망설여지는 곳도 바로 연예계다.
그렇다고 도전하는 누구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드라마와 영화가 활발히 제작되고 있지만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의 입장에선 출연 기회를 따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8월 말 종영한 OCN 드라마 ‘왓쳐’에서 정체를 감춘 인물 ‘거북이’ 역을 맡아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 신인 김대건(27)은 행운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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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대 연기과를 졸업한 그는 2015년 단편영화 ‘캐치볼’을 시작으로 ‘수렵허가구역’, ‘호흡’ 등 작품을 두루 거쳤다. 차근차근 연기 경험을 쌓은 끝에 만난 작품이 ‘왓쳐’와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봉오동 전투’이다.
● 중·고등학교 때 비보이 활동 경험…“연기 꿈 키운 바탕”
김대건이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데는 ‘춤’의 영향이 컸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을 자극한 분야는 브레이크댄스 즉 비보잉이다. 초등학생 때 육상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신체 능력이 뛰어났던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집 근처 청소년회관에 탁구 치러 갔다가” 한쪽에서 춤을 연습하고 있던 비보이들을 만났다.
“중학생 때도 육상부에서 활동했어요. 몸 쓰는 걸 좋아하다보니 춤을 보고나서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그 뒤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제겐 춤이 전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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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만 춰왔기 때문에 연기가 뭔지도 모르면서 무대에 올랐어요. 연출가한테 엄청 혼났죠. 연기가 안 된다고. 하하! 도대체 연기가 뭘까….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제대로 배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기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춤만 추던 그에게 연기는 낯설면서도 색다른 자극이 됐다. “내 안의 감정을 표현하고 표출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는 그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데도 연기를 할 땐 전혀 다른 내 모습을 보게 된다”고 했다.
학창시절엔 춤에 빠졌고, 배우가 되겠다면서 연극영화과에 가려는 그에게 부모님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걱정할 법한데도 흔쾌히 아들의 선택을 지지했다고 한다.
“제가 형제가 없어서 부모님과는 사소한 것들까지 많이 공유하는 편이에요. 부모님도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과연 누굴 설득시킬 수 있겠어요. 진심을 다했죠.”
연기자 김대건.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셀 수 없이 도전한 오디션,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연기를 전공한 무명의 신인 연기자들이 그렇듯, 김대건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이른바 ‘프로필 투어’에 돌입했다. 자신의 프로필을 들고 영화사나 드라마 제작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는 과정이다. 오디션 기회를 얻기 위해, 작은 역할이라도 따내기 위해 신인들이 반드시 거치는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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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에서 경험을 쌓아가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봉오동 전투’와 ‘왓쳐’이다. ‘봉오동 전투’에선 비록 짧게 지나가지만 일본군 병사였지만 드라마 ‘왓쳐’는 달랐다. 광역수사대의 형사로 드라마 초·중반까지 활약한 그는 결말에 이르러 비밀의 키를 쥔 악역 ‘거북이’라는 사실을 드러내 시청자에게 반전을 선사했다. 주인공 한석규와 김현주를 공격하는, 베일에 가려진 캐릭터로서 제 몫을 해내기도 했다.
‘왓쳐’ 출연은 4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과해 얻은 기회다. “실물이 조금 어려보이다 보니 악역을 맡을 수 있겠느냐는 제작진의 고민이 있었던 것 같아요. 1차 오디션을 보고 나오는데, 이대로 나가면 안 될 것 같아서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했죠. 다들 의아해 했지만 용기를 냈어요.”
이후 3차에 걸친 시험을 통과한 끝에 그는 드라마 첫 출연 기회를 따냈다. “‘왓쳐’는 배우로 향하는 길에서 올바른 쪽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준 작품 같아요. 먼 훗날 돌아본다면 제 마음이 꽉 찰 것 같고요.”
김대건은 10년 가까이 비보이로 활동한 실력답게 지금도 검도, 볼링 같은 운동에 몰두하고 있다. 날렵함이 생명인 액션영화에 누구보다 제격같이 보였다. 그도 내심 기대하는듯 “액션만큼은 자신 있다”고 답했다.
“학교 다닐 때 전공서적을 파고들면서 연기를 분석한 적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있는 그대로, 본능대로 연기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런 연기가 진심일 테니까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