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감사 전하다 실수… 결례 논란 ‘delicious’ 사람에겐 외설적 의미 ‘유쾌한-매혹적인’ 뜻으로도 쓰이는 불어 ‘d´elicieux’와 혼동했을수도
2일 호주 시드니에서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총리를 향해 몸을 돌린 뒤 영어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충 알아들은 호주 총리는 반갑게 마크롱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등을 두드렸지만 시간이 지나자 언론과 SNS에서 난리가 났다. 턴불 총리의 부인 루시 여사를 맛있다고 표현한 것은 큰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delicious’는 음식에 쓰일 때는 맛있다는 뜻이지만 사람에게 쓰일 때는 외설적인 저속한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프랑스 미식과 관련된 농담인가? 아니면 트럼프의 1년 전 농담을 패러디한 것인가”라고 전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인 브리지트 여사와 인사할 때 “몸매 좋다(in such great shape)”고 말해 결례 논란이 일었다. 한 호주언론은 “맛있는 점심식사를 생각한 모양”이라고 마크롱 대통령을 옹호했다.
광고 로드중
영어와 프랑스어는 생김새와 소리가 비슷하지만 의미가 다른 경우도 종종 있다. 프랑스 말로 ‘맛있다’를 뜻하는 ‘d´elicieux’는 사람에게 쓰일 때 ‘사랑스러운’ ‘유쾌한’ ‘매혹적인’이라는 칭찬의 의미로도 쓰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대통령 중 영어를 가장 잘하는 편에 속한다. 지난주 미국 국빈 방문 때 영어로 기자들의 질문에 바로 답하고 미 의회에서 영어로 긴 연설을 소화해냈다. 가끔 영어 단어가 생각이 안 나 머뭇거릴 때가 있지만 제법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상 간에 이런 통역 실수는 종종 벌어진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재임 시절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에게 “시간이 유감이다(I‘m sorry for the time)”라고 말했다. 이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프랑스어로 시간을 뜻하는 ‘temp’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time’이 시간만을 뜻하지만 프랑스어 ‘temp’은 날씨라는 뜻도 함께 갖고 있다. ‘날씨가 유감이다’라는 표현을 잘못 쓴 것이다.
그와 반대로 프랑스어에 자신 있어 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재임 시절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에게 “당신이 부럽다”는 뜻으로 프랑스어로 “J’ai envie de vous”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 “나는 너를 원한다”는 뜻이었다. “Je vous envie”라고 말했어야 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