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메르켈, 작년 총선 승리 4개월여 만에 대연정 합의… 4기 내각 보니
독일 여당 기민당 의원 올라이 거팅은 7일 사민당과 대연정에 최종 합의한 뒤 ‘지나치게 양보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자조하듯 트위터에 적었다.
지난해 9월 24일 독일 총선 이후 11월에 민주당, 녹색당과의 연정이 무산된 앙겔라 메르켈 총리(사진)에게 재선거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민당과의 대연정뿐이었다. 4개월여 만에 성사된 대연정 합의에서 메르켈 총리는 총리직을 지키는 대가로 내각 구성에서 차와 포를 모두 떼어 줘야 했다. 이를 두고 독일 유력 일간지 빌트는 “기민당 총리가 주도하는 사민당 정부”라고 표현했다.
광고 로드중
재무장관으로 유력한 사민당의 차기 주자 올라프 숄츠 함부르크 시장은 EU 통합론자로 독일의 적극적인 EU 투자와 지원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12월 독일 언론 디 벨트와의 인터뷰에서 “EU는 단지 관세동맹이 아니다. 외교, 안보, 이민, 재정, 경제 등 모든 면에서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우리의 EU 정책은 더 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는 “유럽에 긴축을 강권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독일의 역할을 더 강조하는 쪽으로 EU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재설정이 있을 것”이라고 변화를 예고했다.
다만 숄츠 시장은 2005년 1기 대연정 때 메르켈 정부에서 2년간 노동장관을 지내 총리와 사이가 가깝고 재정적자 폭을 지나치게 늘리는 데는 부담을 느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슐츠 사민당 대표가 새 외교장관을 맡게 되면서 그러잖아도 커지고 있는 미국과의 갈등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슐츠 대표는 지난해 9월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 총리와의 양자 TV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의 트위터를 보기가 겁난다”며 총리가 지나치게 트럼프에 저자세라고 비판했었다.
광고 로드중
난민 정책이 이전보다 더 우향우 하게 되는 것도 메르켈 총리에게는 부담이다. 기존 기민당이 갖고 있던 내무장관 자리는 호르스트 제호퍼 기사당 당수가 맡게 됐다. 제호퍼는 2015년 난민 100만 명을 받아들이는 등 난민 포용정책을 펴온 메르켈 총리를 비판해 왔다. 그는 이번 대연정 합의에서 연간 난민 수용 상한(18만∼22만 명) 설정을 주도했다.
베를린자유대 역사학자 파울 놀테는 이번 대연정 합의 앞날에 대해 “사민당이 운전석에 앉아 여행 방향을 결정하면 기민당이 옆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형태로 정부가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