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게 나누면 가난함 없고 화합하면 부족함 없다”던 孔子,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닮은꼴 국민행복 내건 박근혜 정부, 통합은커녕 불평등 악화시켜 대통령 물러난다고 위기 끝날까… 공정 통합 혁신의 나라 세워야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모두가 고르게 나누면 가난함이 없고 서로 화합하면 부족함이 없으며 안정되면 국가가 쓰러지지 않는다는 공자의 생각은 우리 헌법 제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규정’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즉,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 적정한 소득의 분배, 시장 지배 및 경제력 남용 방지 그리고 경제 주체 간의 조화는 공자의 생각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이미 2500여 년 전 공자는 양극화와 그로 인한 사회 불안의 심각성을 깊게 꿰뚫으며 국민의 기본적 생존권 보장과 균형 성장 및 경제주체 간의 조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과 경제민주화라는 두 기둥을 바탕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연상시키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거창하게 내걸고 출범했다. 그러나 요란한 출항 이후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항로는 선거 때 약속과는 사뭇 달랐다. 기초연금이나 보육에 관한 공약이 상당 부분 파기, 축소, 혹은 연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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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제자 중에서 이재의 귀재로 불리는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백성들에게 은혜를 널리 베풀고 많은 사람에게 복지 혜택을 준다면 어진 정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찌 어질다고만 하겠느냐. 필히 성군의 정치이리라(何事於仁 必也聖乎).”(雍也28)
이어서 말했다. “요순과 같은 전설 속의 성군마저도 그런 정치를 못한 것을 괴로워하셨다.” ‘널리 베풀고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博施濟衆)’은 공자뿐만 아니라 전설 속 요순 정치의 궁극 목표였다.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나라가 온통 어지럽다. 아래로 민생은 참담하고 위로 정치권은 뿌리째 흔들린다. 법치의 권위와 민주주의 질서마저 실종되었다고 믿는 사람이 늘고 있다. 몇 날 몇 밤쯤의 배고픔과 추위야 참을 수 있으련만 경제 부흥과 국민행복을 가져다줄 것으로 철석같이 믿었던 대통령과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허무하게 무너졌음을 깨닫는 순간 기댈 곳 없는 서민의 분노와 고통과 실망은 촌각도 견딜 수가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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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말로 번역한다면 ‘모두가 고르게 나누어 가난함이 없으며(蓋均無貧) 서로 화합하여 부족함이 없고(和無寡) 사회가 안정되어 쓰러지지 않는(安無傾) 국가’를 세우는 일이다. 그것이 어찌 대통령 한 사람만 바꾼다고 이루어질 일인가. 촛불 민심은 그 너머로 스스로는 아무런 바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정치권에 그들이 해야 할 거역할 수 없는 국가 과제를 거센 파도처럼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