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000만원 ‘스톱’ 김기덕 감독
김기덕 감독(56·사진)은 굳이 힘든 길을 걷는다. ‘베니스가 사랑하는 감독’ ‘내놓는 작품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는 거장’ 등 묵직한 수식어가 붙는 감독이지만 최근 행보는 꼭 신인 독립영화 감독을 연상시킨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 오염 지역에 사는 임신부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린 저예산 영화 ‘스톱’ 개봉을 맞아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이 영화는 감독이 혼자 외화 반출 한도액인 1000만 원을 들고 일본으로 가 배우 섭외부터 의상까지 직접 챙겨가며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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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20년간 무려 22편의 영화를 찍었다. 작품 한 편마다 상업성과의 투쟁을 벌여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남북의 이야기를 다룬 ‘그물’에 이어 ‘스톱’을 연달아 선보였지만 ‘그물’의 제작비는 1억5000만 원, ‘스톱’은 1000만 원 수준이다.
“‘김기덕 영화’는 어떻게 해도 흥행이 안 된다는 낙인 같은 것이 이미 찍혀 버렸어요. 스스로가 그걸 명확히 느끼거든요. 그래서 큰 스케일, 상업적인 성공 같은 것은 놓아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원전 문제라도 ‘판도라’처럼 상업적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있으면 또 제 영화같이 저예산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도 있어야죠.”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