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스마트폰 교환 제품의 발화(發火) 신고가 잇따르자 삼성전자가 일시 생산 중단 조치를 내렸다. 삼성전자는 어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갤럭시 노트7의 정밀한 조사와 품질 관리 강화를 위해 공급량 조정이 있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삼성이 애플의 아이폰7에 앞서 8월 19일 야심 차게 내놓았던 노트7의 발화 사고에 지난달 2일 ‘글로벌 리콜’을 발표했으나 교환해준 새 제품에서도 같은 사고가 보고되자 이번에 생산까지 중단한 것이다.
지난달 리콜 때 삼성전자는 발화 원인으로 삼성SDI가 생산한 배터리를 지목했다. 그러나 최근의 발화는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충전 중이 아닌 이동 중에 발화가 일어난 것을 보면 배터리 결함만이 아닌 다른 문제일 수도 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제조사와 이통사가 명확한 입장 발표를 할 수 없다지만 애초에 삼성이 발화 원인을 제대로 진단한 상태인지 의문이다.
이번 노트7의 발화 사고는 삼성전자의 위기이고, 한국 제조업의 위기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3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뒤 2014년 영업이익이 크게 꺾일 때부터 위기가 예고됐다는 지적이 있다. 개혁을 외치면서도 비용을 줄이는 인력 구조조정, 선두기업을 따라가는 소극적 기술개발에 매달렸을 뿐 ‘퍼스트 무버’가 되려는 혁신과 도전은 부족했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기업은 언제든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가장 자신 있는 제품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형태로 ‘관리의 삼성’ ‘품질의 삼성’에 밀어닥쳐 파장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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