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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정당에 ‘안방’ 내준 메르켈… 난민포용 정책 타격

입력 | 2016-09-06 03:00:00


“메르켈 시대가 끝나 가고 있다.”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 선거에서 반(反)난민을 내세운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라이프에리크 홀름 후보가 의회 진출에 성공한 뒤 내놓은 첫 일성이다. 프라우케 페트리 AfD 공동대표도 “메르켈을 향한 강력한 한 방”이라며 자축했다.

4일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은 19.0%를 얻어 3위에 그쳤다. 사회민주당(SPD)이 30.6%로 1위, AfD가 20.8%로 2위를 차지했다. 총 71석의 의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사민당에 24석, AfD에 17석, 기민당에 15석, 좌파당에 10석, 녹색당에 4석이 배분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CDU가 AfD의 뒤에 선 역사적인 날이다”고 평가했다. 특히 선거가 열린 주는 메르켈 총리가 내리 7선을 한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고향이다. 메르켈 총리가 안방에서 직전 선거인 5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극우 정당에 일격을 당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인 3일 공영방송 NDR 인터뷰에서 “싸움 거는 데 능숙한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이 국가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해결책은 없이 증오로 반대만 하는 사람”이라며 AfD를 비판했다. 그러나 AfD의 파죽지세를 막지 못했다. AfD는 2013년 2월 창당한 이후 이미 16개 주의회 중 9곳에 진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AfD는 가장 성공한 독일 극우 정당”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1945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의 연방의회 진입 가능성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선거 내용을 들여다보면 메르켈 총리의 타격은 더욱 커 보인다. 이날 선거는 메르켈 총리가 본격적으로 시리아 난민들에게 문호를 열어 준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시점에 치러졌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는 외국인 비율이 3%도 안 되고 지난해 난민 신청자도 2만5000명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난민 정책 때문에 참패를 했다면 18일 이어지는 베를린 주의회 선거와 내년 총선에서는 더 큰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당내 입지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페터 타우버 CDU 사무총장은 “유권자들이 (메르켈의 난민 정책에 대해) 항의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자유대 게로 노이게바우어 교수는 “기민당 의원들이 이번 선거 패배를 메르켈 총리의 잘못으로 여기고 내년 총선을 위해 총리의 통제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운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기민당은 중도 좌파인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해 왔다. 두 정당은 각종 선거에서 60%에 가까운 안정적인 과반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사민당과 기민당은 5년 전보다 각각 5%포인트, 4%포인트 떨어져 합쳐서 절반 정도밖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투표율은 61.6%로 5년 전보다 10%포인트나 올랐다. 단순한 극우 정당 바람의 의미를 넘어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스페인의 포데모스,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등 이미 유럽에서는 제3정당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주 정부 구성에 대해 사민당은 기민당과의 연정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독일 언론은 사민당이 좌파 당과 새로운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선거 패배 소식을 듣고 “매우 만족스럽지 못하다”면서도 “정부가 난민에 대해 취한 조치는 올바른 것”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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