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보고 길 걷는 사람에게 헤드라이트 비추는 격이라는데…
○ 미국 ‘GPS’ 대신 러시아 ‘글로나스’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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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주로 쓰는 미국의 GPS 대신 다른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러시아는 ‘글로나스(GLONASS)’, 중국은 ‘베이두(BeiDou)’라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을 각각 운용 중이다. 베이두는 현재 위성 20기를 궤도에 올렸으며, 2020년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위성 수를 늘리는 단계다. 하지만 글로나스는 1982년 처음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뒤 2011년 총 24기의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 GPS의 대항마로 불리고 있다.
이 때문에 유사시 GPS와 글로나스를 병행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자장비는 이번 북한의 GPS 교란 공격에서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최신형 내비게이션은 글로나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경우가 많다. 북한이 글로나스나 베이두의 신호도 교란할 수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의 우방국인 만큼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GPS 신호 교란으로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는 문제도 상당수 해결됐다. 휴대전화 기지국은 GPS에서 시간 정보를 받아쓰는 만큼 GPS 교란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최근 기지국들은 일부 기지국에서 GPS 연결이 끊기더라도 나머지 기지국들끼리 연결해 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 3세대 이상 휴대전화 시스템에는 시간 정보를 받지 못하더라도 다른 기능은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비동기식 기술이 접목됐다.
북한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 교란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 ‘수신 패턴 제어 안테나(CRPA)’(맨위쪽). 유사시에 대비해 미국의 GPS와 러시아의 ‘글로나스’를 동시에 수신할 수 있는 칩도 개발됐다(아래쪽). SATIMO닷컴·아센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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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에는 필터링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인공위성 신호를 더욱 촘촘하게 수신하면 된다. 군용 GPS는 연산 기본단위를 8∼16비트까지 높여서 운영하기도 한다. 이 경우 먼 거리에서 온 교란 신호는 걸러낼 수 있다. 일반 GPS 장비는 2∼3비트 수준이다.
최근에는 안테나를 7, 8개 배치해 강한 방해 전파가 섞여 들어오는 신호는 무시하고, 약한 신호만 해석하는 ‘수신패턴 제어 안테나(CRPA)’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 기술은 미군에서 주로 사용하며 GPS 신호 교란에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장비가 필요하다.
이 연구원은 “안테나 크기가 커지는 데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제약이 있다”며 “어선의 경우 현실적으로 GPS 수신기만 장착하거나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GPS 신호 교란의 1차 피해자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