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발표 이틀새 시총 38조원 증발
애플이 아이폰5S와 중저가형 스마트폰 아이폰5C를 동시에 출시한 이후 굴욕을 겪고 있다. 미국의 한 유력 언론에는 ‘새 아이폰과 함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영혼이 애플을 떠났다’는 칼럼까지 등장했다. 주가는 급락하고 애플 주식의 투자의견은 낮춰지고 있다.
온라인 경제뉴스 사이트 ‘24/7 월스트리트’에서 기업 소식을 전하고 있는 더글러스 매킨타이어는 11일 USA투데이 칼럼에서 “잡스의 영혼이 최근 2년까지 애플에 남아 있었지만 이번 신제품을 보면 그의 열정과 신제품 계획이 모두 사라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은 혁명적인 스마트폰이었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멋들어진 면을 찾을 수가 없다”며 “제품 혁신으로 업계를 선도하던 잡스 시절의 열정을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다”고 혹평했다.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한 10일 뉴욕증시에서 주가가 2.3% 하락하면서 500달러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11일에도 5.44% 급락했다. 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틀 동안 날아간 시가총액만 약 350억 달러(약 38조 원)에 이른다.
광고 로드중
시장의 평가는 고급형인 아이폰5S는 혁신적인 기능을 찾을 수 없으며 중저가형으로 내놓은 아이폰5C의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로이터는 삼성전자와 중국 화웨이가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매출 확대를 노릴 수 있는 저가폰 출시 기회를 놓쳤다고 분석했다. 아이폰5C의 경우 약정이 없다면 중국에서 판매 가격은 4488위안(약 730달러)으로 중국 도시근로자 한 달 평균 임금을 넘고 삼성 등 경쟁업체의 제품보다도 2배 이상 비싸다고 지적했다. 아이폰5S도 지문인식 기능 정도가 눈에 띄는데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