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경남대 석좌교수
정부조직법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데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 관련 업무 분할 문제가 있다. 개정안은 방통위원회는 지상파·종편·보도전문 채널을 맡고, 신설 미래창조과학부는 케이블방송·위성방송·인터넷방송(IPTV) 등 유료 방송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민주통합당은 IPTV 관할권은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길 용의가 있지만, 케이블TV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업무는 방통위에 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여당은 미래부가 맡을 분야는 창조경제의 산업적 진흥 면에서 미래성장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민주당은 SO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공성을 내세워 방통위에 남기자고 한다.
방송의 중립성 공공성 주장은 매우 타당하다. 그러나 미래부 조직과 기능은 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민주당이 양보하겠다는 IPTV나 SO는 같은 플랫폼 사업자이다. 정치적 영향력으로 우려되는 지상파·종편·보도채널은 방통위 관할로 남는다. 그런데 6일 민주당이 내놓은 협상안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 특별정족수 요건 강화, 공영방송 사장 인선 거부권 확보에 국회 청문회 개최, MBC 김재철 사장 사퇴와 검찰 조사를 받아들이면 SO를 양보한다는 3가지 카드다. SO의 독립성 공정성 고수를 천명하다 갑자기 KBS MBC 사장 인선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방송의 독립성을 그토록 주장하면서 KBS MBC 사장 인사에 직접 개입한다면 이는 이율배반이다. 문제가 있다면 관련된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을 국회에서 언제든지 손질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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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파행으로 갈 일이 아니다. 열차가 양쪽에서 달려오면 어떻게 되는가. 협상의 답은 상호 존중과 양보에 있다. 국정 공백의 중차대함과 위기감을 헤아려 저울질해야 한다. 정부조직법은 국민이 선택한 새 대통령이 5년간 국정을 펼쳐 나갈 ‘통치설계도’다. 지금 국회는 심각한 안보위기와 절박한 경제위기 상황에 목 타는 국민의 탄식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식물정부’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국회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야 지도부의 청와대 면담 요청까지 해 놓고 있다. 본질과 관계없는 논쟁으로 시간을 늦추고 미루다 중대한 사태로 간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국회선진화법으로 발목 잡아 ‘식물국회’마저 만들 작정인가. 한시가 급하고 분초가 아깝다. 국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최충웅 경남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