去華就實·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 추구
롯데그룹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90)은 매장을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티 내지 않고 조용히 다닌다는 점이다. 그는 매장을 둘러볼 때 수행원을 한 사람으로 제한한다고 한다. 그런 신 회장이 한번은 정기세일 기간에 롯데백화점 매장을 방문했다. 손님이 많아 혼잡스러웠는데 신 회장이 온다고 하자 점장이 나섰다. 점장은 회장을 따라 나섰고 안전요원을 대동했다. 그리고 안전을 생각해 신 회장이 지나갈 때 사람들을 비키게 해서 길을 터줬다. 신 회장은 그 자리에서 점장을 호되게 야단쳤다. 점장의 행동은 평소 신 회장의 철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나서는 걸 매우 싫어한다.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고 쓸 데 없는 말도 거의 하지 않는다. 외부 활동을 할 시간에 본업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의 크기나 장식도 소박하다. 그의 집무실에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는 액자가 걸려 있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하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액자인 셈이다.
이런 ‘조용한 리더십’이 가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결과로도 입증이 됐다. 울리크 말멘디어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여러 기관에서 상을 받은 유명한 스타급 최고경영자(CEO)들이 상을 받은 후 평균적인 CEO보다 낮은 성과를 낸다고 지적했다. 라케시 쿠라나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쓴 ‘슈퍼스타 CEO의 저주’란 논문에서 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언론과 이해관계자들의 혼을 빼놓는 카리스마가 강한 CEO들이 놀랍게도 기업의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저서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에서 위대한 기업의 CEO들은 하나같이 모두 겸손하고 조용하지만 엄청난 의지력과 단호함을 가진 ‘레벨 5’ 리더십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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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5호(2012년 10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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