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강선 농촌진흥청 연구관
그리고 귀농과 귀촌의 개념은 다르다. 귀촌은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는 여유 있는 생활인 반면 귀농은 농사를 지어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농사를 지어 생활비 일부를 벌고 전원생활도 즐기기를 원하고 있다.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의 한 달 희망소득은 약 100만 원이다. 그런데 이 정도 수입의 농사일이 결코 쉽지 않다.
아무리 농사일이 기계화돼 있다고 하지만 아직 손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리고 힘든 만큼 소득이 나오지 않는 게 농사일이다. 그래서 힘든 농사일을 과연 자신이 해낼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소위 삽질과 낫질을 해 보고 경운기도 몰아 봐야 한다. 농사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농가 현장에서 일정 기간 체험을 해보지 않고는 귀농·귀촌에서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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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체험을 위해 귀농·귀촌하기 전에 농가에 영농인턴인으로 들어가 자신을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 아직 귀농 성공 확률이 3%도 안 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성공하지 못해 ‘제2의 탈농자’가 되면 농촌에 또 다른 상처를 주게 된다.
영농인턴제는 미국의 폴리페이스 농장으로 유명한 조엘 농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목초지 100에이커와 숲 450에이커에서 소 돼지 닭 칠면조 토끼 등을 기르는 농장이다. 이 농장에서 여러 농사일을 도맡아 하는 일꾼은 다름 아닌 인턴영농인이다. 이곳에 인턴으로 들어가려면 5 대 1의 경쟁을 거쳐야 하며, 인턴 기간은 3개월에서 1년 이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목별로 선도농가에서 인턴영농인을 받아 농사일을 가르치고 부족한 일손도 확보한다면 서로에게 좋을 것이다. 농가는 거쳐 가는 문하생이 많으면 자긍심을 갖게 되고, 인턴영농인은 숙식과 약간의 생활비를 받으면서 생산, 가공, 유통을 모두 배울 수 있고 농사일을 체험하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영농에도 멘토와 멘티가 필요하다.
이런 영농인턴제는 정부의 정책이나 지원이 별도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농가와 인턴영농 희망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선도농가 역시 경쟁적으로 우수한 인턴영농인을 많이 유치하길 원하게 되고, 인턴영농인 역시 보다 여건이 좋은 농가에 들어가길 희망하게 될 것이다. 영농인턴제가 활성화돼 모든 귀농·귀촌인이 성공적인 농촌생활을 하고, 이를 통해 농업과 농촌이 보다 활력 넘치고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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