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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농민 상실감-공무원 죄책감… ‘외상후 스트레스’ 어떻게 극복할까

입력 | 2011-01-10 03:00:00

“1개월 이상 증세 지속 땐 꼭 병원 치료를”




구제역이 발생한 지 40일을 넘기면서 방역작업을 하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축산업 종사자의 정신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방역 공무원들은 살아있는 소나 돼지에게 약을 주사해 안락사시키고 가축을 굴착기에 매달아 구덩이에 밀어 넣는 작업을 하거나 매몰 후 가축의 장기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방지하려고 배를 가르는 작업을 한다. 자신의 손에 생명이 수도 없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견디기 어렵다. 이들은 식욕부진, 구토, 불면증, 두통, 악몽 증세를 호소하는 등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고 있다. 또 애지중지 돌봐오던 수십, 수백 마리의 가축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을 확인한 농민들의 충격 또한 심각하다. 속절없이 텅 빈 축사만 바라봐야 하는 농민들은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시달린다.

이홍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축산농가 농민들의 상실감, 방역 공무원들의 죄책감은 평상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선 ‘충격적인 정신적 외상’에 속한다”면서 “특히 죄책감과 관련되는 경우 ‘복잡성 외상 후 스트레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복잡성 외상 후 스트레스는 반복적인 외상 경험이 죄책감 등 자아정체성과 관련될 때 생기는데 감정적인 고통이 심하고 분노 폭발, 세상에 대한 신뢰의 붕괴, 긍정적이었던 자아상의 파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자신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정영기 아주대병원 심리외상센터장은 “가족이나 친지, 자신이 속한 집단이 심리적 정서적 물질적 도움을 제대로 제공할수록 빠른 회복을 보인다”면서 “1개월 이상 증상이 계속될 경우 정신과를 방문해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법으론 불안, 우울증세를 감소시키고 잠을 잘 자도록 돕는 약물치료와 두려움 공포감 죄책감 분노 등의 감정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긍정적 의미를 찾도록 하는 심리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를 통해 숙면을 취하고 불안감이 줄어들면 이를 바탕으로 차츰 피하고 싶은 기억과 감정에 단계적으로 노출시켜 막연한 불안감과 긴장을 스스로 극복하게 한다. 또 국민 전체의 안녕을 위해 자신의 고통이 가치 있게 쓰였다는 점을 스스로 알고 인정하도록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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