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보수파 “민심 외면” 발끈… 공화는 불구경 즐겨
펠로시 의장은 6일 민주당 하원의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많은 동료 의원이 여전히 위기에 처한 당을 이끌어주기를 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선거 패배로 차기 의회에서 민주당의 역할은 바뀌겠지만 미 국민을 위한 우리의 약속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과업을 끝내기에도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년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각고의 노력 끝에 이뤄낸 건강보험개혁과 월가의 금융개혁, 사회보장제도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당을 계속 이끌어가기로 결정했다”며 “우리의 위대한 성취물들이 백지화되도록 해서는 안 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키우기 위해 초당적인 방향으로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의 차기 당 지도부 잔류 선언은 선거 참패에 따른 현 지도부의 전면 교체와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주장하는 당내외의 요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큰 정부에 반대하고 균형예산의 중요성을 역설해 온 민주당 내 보수파의 모임인 ‘블루도그(blue dog)’ 소속 의원들은 벌써부터 펠로시 의장의 결단에 강력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클라호마 주 댄 보렌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미 국민이 보낸 메시지는 민주당이 취해 왔던 정책방향을 바꾸라는 것”이라며 “당을 이끌어 온 지도자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존 야무스 켄터키 주 하원의원도 “하원 소수당 원내대표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소통 능력인데 펠로시 의장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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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은 펠로시 의장의 2선 후퇴 불가 결정에 대해 반색하는 분위기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이날 즉각 “펠로시를 고용하라(Hire Pelosi)”라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를 외벽에 내걸고 민주당의 당내 내분 분위기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공화당으로서는 가장 리버럴한 하원의원 중 한 명으로 불리는 펠로시 의장이 계속 민주당의 간판으로 나설 경우 2012년 선거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