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은 복제동굴… 특혜관광” 비판 쇄도… ‘평등=國是’ 프랑스 발칵
평등을 국시(國是)의 하나로 규정할 만큼 소중하게 생각하는 프랑스에서 ‘공정 사회’ 논란이 불거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부부에게 일반인에게는 접근이 금지된 선사시대 문화유적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특권을 준 것이 발단이 됐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는 12일로 발견 70주년을 맞은 프랑스 서남부 몽티냐크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 ‘라스코 동굴 벽화’를 보기 위해 프레데리크 미테랑 문화장관 등과 함께 ‘특별 관광’에 나섰다. 그러나 기원전 1만8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는 1963년부터 일반 공개가 금지된 것이었다.
발굴 이후 동굴이 개방되면서 방문객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로 벽화가 손상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인류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문화유적을 소중히 보관해야 한다는 정부의 결정이 내려진 것. 이 동굴에는 벽화와 암각화 800여 점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들소, 말, 사슴, 염소 등 100여 마리의 동물이 등장하는 사냥 장면이 그려진 컬러 벽화로 세계 각국의 교과서 대부분에 등장한다. 이런 문화적 가치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벽화를 보호하기 위해 동굴을 폐쇄한 뒤 여기서 200m 떨어진 곳에 실물과 똑같이 재연한 복제동굴 ‘라스코2’를 만들어 1983년부터 일반에 공개해 왔는데 매년 25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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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사르코지 대통령은 “나와 카를라는 라스코 동굴에 들어가는 특별한 혜택을 받았으며 1만8000년 전 인간이 그렇게 감정을 표현한 걸 보고 깊은 감동을 느꼈다”며 한발 물러섰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 “나는 문화와 예술가의 보호자다. 현 정부는 10년에 40억 유로로 제한됐던 문화유산 복원을 위한 예산 한도를 과감히 철폐했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