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주행 허용 100일 현장 실태 점검해보니■ 왜 외면 받나가격은 중형차, 성능은 경차일부지역 도로서는 운행 못해■ 보급 늘리려면‘운행도로 지정’ 서둘러야업체 “日처럼 보조금 지급을”
전기차의 도로 운행이 가능해졌지만 충전소, 저속전기자동차 운행구역 지정 등 전기차가 달리기 위한 인프라는 매우 느리게 구축되고 있다. 서울시 맑은환경본부 직원이 8일 서울시청 별관 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7일로 도로 주행 허용 100일을 맞은 저속(低速) 전기차의 초라한 판매 실적이다.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3월 30일부터 제한속도 60km 이하의 도로에서 저속 전기차 운행이 가능해졌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국내 전기차 시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공원 등 지정장소에서만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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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곳은 CT&T가 유일하다. 개정된 법 시행 후 이 회사가 판매한 차량은 56대다. 일반인에게 판매된 차량은 한 대도 없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순찰차 11대, 인천시 동부공원사업소 4대, 전남 영광군청 3대, 서울시 3대 등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구입했다.
성능에 비해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CT&T의 2인승 전기차인 ‘e존’ 가격은 일반 납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델은 1500만 원, 리튬이온배터리 사용 모델은 2200만 원이다. 경차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가격은 이처럼 중형차 수준이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CT&T가 전남도청과 1000대 납품 계약을 하는 등 앞으로 보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일반인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회사들은 정부가 보조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CT&T 백인영 상무는 “일본에서는 전기차 구입시 77만 엔(약 1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전기차 육성을 위해서는 그 정도의 보조금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기차 도로 지정도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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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인프라 구축은 느리지만 서서히 진행 중이다. 우선 전기차 충전소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홈플러스가 5월 서울 영등포점에 무료 충전소를 설치했고, 서울 광진구청도 5월 청사에 무료 충전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LS전선 등 기업체에서도 전기차 충전소 설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3월 개정 자동차관리법 시행 당시 전기차 관련 자동차보험이 없어 전기차가 마음 놓고 달릴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LIG손해보험에서 전기차 관련 보험을 출시해 이 부분은 해결이 됐다.
○ 연료비 싸 비용절감 효과는 ‘확실’
전기차를 실제로 운행하고 있는 관공서에서는 주행 거리가 짧고 속도가 느려 일반 도로에서는 잘 운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CT&T ‘e존’ 11대를 구입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한강공원 내에서 순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일반 도로에 나가면 속도가 나지 않아 주변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기 때문에 주행하지 않는다”며 “한 번 충전에 20km 정도 움직일 수 있어 공원 안에서도 자주 끌고 나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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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