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인력 10% 빼내 1년내내 혁신만 하는 ‘특공대’ 배치한국 대표 ‘상상주식회사’로 무럭무럭 따뜻한 문화에 안주하던 직원들차근차근 창조-혁신 주창자 변신자발성-재미 갖춘 아이디어 봇물
2008년 12월, 웅진씽크빅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최봉수 대표는 냉정한 조직 진단을 내렸다. 1980년 설립된 웅진씽크빅은 2005년까지 무차입 경영을 할 정도로 안정적인 회사였다. 2005년엔 연 매출 5421억 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몇 년간 신규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부채 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졌다. 최 대표는 직원들의 위기 불감증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초기에 잘 잡은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30년간 한 번도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고 직원들은 회사의 따뜻한 문화에 안주하고 있었다.
최 대표는 혁신을 화두로 내세웠다. 벤치마킹 모델은 3M과 구글. 웅진씽크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기존의 전집과 방문 학습지 사업 외에 새로운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수익을 창출하는 창조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혁신의 일상화, 체질화를 통해 창조기업으로 거듭나자’는 강력하면서도 명확한 비전 아래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강도 높은 혁신 활동을 펼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매출의 9.9%에 해당하는 820억 원, 영업이익의 21.3%인 183억 원이 혁신 활동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0.5%로 1994년 증시 상장 이후 가장 높았다. 더 큰 소득은 일과 혁신을 구분하지 않고 일을 혁신적으로 하는 마인드가 조직 내에 전파된 것이었다. 1년 만에 조직에 혁신 문화를 정착시킨 웅진씽크빅의 혁신 경영 성공비결을 집중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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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경영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 개편이었다. 본사 직원 600명의 10%인 60명으로 이노오션 그룹을 조직했다. 이노오션은 혁신을 뜻하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에 새로운 시장을 뜻하는 ‘블루오션(blueocean)’을 합성한 단어다. 이노오션 그룹은 현업에서 벗어나 1년 동안 혁신 업무에만 몰입하도록 했다. 회사의 성장, 수익, 인프라의 영역을 총망라한 전사적인 혁신 프로젝트 수행도 맡겼다. 자신이 제안한 혁신 과제가 채택되면 그 과제의 제안자가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최 대표는 이노오션 멤버들에게 “1년간 회사에서 꿈을 꾸고 모험하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라”며 “기존 사업 조직 안에서는 낼 수 없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이노오션 그룹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지난 1년간 이노오션 그룹은 웅진 에듀프리 하나카드 등 모두 62개의 혁신 과제를 수행했다. 최 대표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본사 인력의 30%인 200여 명이 이노오션 그룹을 거치면 회사 전체가 창조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
○ 가치 없는 일 없애 창조업무
혁신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혁신을 목표로 내건 기업은 많아도 성공한 기업이 드문 이유는 내부 직원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수집, 선별, 보완해 구현하거나 상용화할 프로세스를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웅진씽크빅은 전 직원이 혁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사적 시스템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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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잡’도 빼놓을 수 없는 제도다. 지우잡은 ‘지우다’와 ‘일(Job)’의 합성어로 업무 달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낭비, 중복, 불필요한 활동을 개선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과정을 뜻한다. 쉽게 말해 창조업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가치 없는 업무를 덜어내라는 취지다. 지난해 전사적인 지우잡을 실시해 연간 8270시간에 해당하는 업무량을 줄였다.
○ 혁신 친화적인 기업문화 조성
웅진씽크빅은 혁신과 업무의 경계가 사라지는 혁신의 일상화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 사내 제안제도인 ‘상상오션’을 시행하고 있고, 올해부터 이노홀릭(창조연구활동), 브라보(글로벌 체험제도), 이노밸리(사내벤처제도) 같은 새로운 혁신 활동을 시작했다.
웅진씽크빅이 짧은 시간 안에 성공적인 혁신 경영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작은 업무부터 혁신을 추진했고, 회사 고유의 운영 모델을 개발했으며, 혁신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웅진씽크빅은 주변의 작은 업무에서부터 혁신을 적용해 이를 점차적으로 큰 업무로 확대 적용하는 단계적 방법을 구사했다. 작은 업무일수록 혁신 개념을 쉽게 적용할 수 있으며, 실행 스피드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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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미를 추구하는 ‘신기’ 문화와 실행 스피드를 추구하는 ‘즉실천’ 문화는 혁신과 찰떡궁합을 보이며 혁신DNA의 내재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웅진씽크빅 공미선 경영혁신팀장은 “모든 혁신 활동에 재미와 즐거움의 요소를 가미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김도균 올리버와이만 서울오피스 파트너
웅진씽크빅의 미래, 여러분의 의견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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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웅진씽크빅이 혁신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혁신 제도와 인프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2] 혁신의 일상화가 야기할 수 있는 피로감 등 잠재적 위험 요소는 무엇이며 웅진씽크빅은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7호(2010년 5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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