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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슬픈 성형’ 지고 ‘미용 성형’ 뜬다

입력 | 2010-03-23 03:00:00


전쟁의 상처가 여전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여성들 사이에 미용 성형이 대유행이다.

이라크에선 2003년 터진 전쟁 여파로 그동안 전쟁에 따른 흉터를 지우고 피부를 재생시키는 ‘슬픈 성형’이 유행이었지만 정국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새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는 것. AP통신은 바그다드에서 코 성형과 보톡스 시술, 지방흡입술 등 고가의 미용 성형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22일 전했다.

바그다드의 성형 전문의사인 압바스 알샤한 박사가 매주 하는 성형 수술은 평균 20건. 환자의 70%는 여성이다. 사담 후세인의 독재가 끝나고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서구 대중문화의 영향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한 배경이다.

물론 바그다드에서의 성형수술 여건이 그다지 만족스럽진 않다. 환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보톡스나 실리콘을 직접 구해 와야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알샤한 박사의 병원은 비교적 풍족한 바그다드 서부의 만수르 지역에 있지만 병원 소파는 해어지고 고양이 악취가 진동해 고급 성형외과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비용은 코 성형은 600달러(약 69만 원), 가슴 확대 시술은 1200달러(약 137만 원) 정도.

이라크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성형수술도 어느 정도 종교적인 제약을 받지만 그다지 엄격한 편은 아니다. 이라크 시아파의 최고 종교지도자인 그랜드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조차 머리를 조아리고 기도할 때 머리에서 벗겨질 수 있는 가발보다는 모발 이식을 권할 정도. 여성들의 지방 흡입술이나 가슴 축소·확대 시술도 의사가 여성이기만 하면 특별한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의사 앞에서 종교적인 문제로 고민하거나 의사의 성별을 따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환자 자신이 닮고 싶어 하는 레바논의 팝스타 사진을 내미는 환자가 많다.

알샤한 박사는 “성형환자의 머리와 손에 예술의 기운이 깃들지 않으면 아름다운 성형은 불가능하다. 성형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코를 다 비슷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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