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벅스냐, 테라노바 만이냐.”
쇄빙선 아라온호를 타고 남극을 다녀온 조사단이 제2 남극기지가 들어설 곳으로 두 번째 후보지였던 남극 동남쪽 테라노바 만을 추천하면서 최종 결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지 조사를 떠나기 전만 해도 남극 대륙 서남쪽의 케이프벅스 지역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그러나 현지 조사를 거치며 동남쪽 테라노바 만이 강력한 후보지로 떠오르며 치열한 2파전이 펼쳐지고 있다.
조사단은 5일 열린 ‘남극 제2기지 건설을 위한 공청회’에서 테라노바 만을 후보지로 추천하며 기지 건설의 편의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케이프벅스 지역은 날씨가 험해 공사기간을 연간 30∼40일밖에 확보할 수 없고, 해안에 빙하가 많아 헬기로 건설자재를 날라야 한다. 반면 테라노바 만은 연간 최대 70일까지 공사를 할 수 있고 배를 이용해 건설자재를 바로 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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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지질, 지구물리 연구는 주변에 넓은 암반층과 화산활동 지대가 있는 테라노바 만이, 빙하 연구는 빙하와 거리가 가까운 케이프벅스가 유리하다. 대기 및 기상연구는 테라노바 만이 조금 더 유리하다. 반면 케이프벅스 주위에는 더 많은 종류의 생물이 살고 있어 생명과학 연구는 이곳이 낫다. 펭귄, 물개, 새 등은 두 지역에 모두 살지만 케이프벅스에는 지의류나 선태류 종이 두 배나 많다.
해외 공동연구는 주변에 이탈리아와 독일 기지 등이 있는 테라노바 만이 더 편리하다. 그러나 이 점은 독자적인 연구라는 면에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케이프벅스에서는 선진국에 없는 극지 자료를 수집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업적을 낼 수 있다. 독립적인 과학기지를 지어 영향력을 높이느냐, 안정적으로 남극 대륙에 기지를 짓고 운영하느냐가 위치 선정의 열쇠인 셈이다.
극지연구소 이방용 선임연구부장은 “테라노바 만은 건설, 환경 여건 등에서 편리하지만 차별화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케이프벅스도 장점이 많다”며 “두 장소의 장단점을 고려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조사단의 보고서와 10일 민관협의회 논의를 토대로 추가 논의를 거쳐 17일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