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느 날 싸고 고장이 없는 차가 나왔단다. 미국인들은 처음엔 일본산이라 반신반의했지만 실제로 5, 6년 정도는 말썽을 안 부리고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자 금세 마음이 돌아섰다. 자동차는 국적 개념이 강한 상품이지만 경제성과 편의성이 주는 달콤함은 마음속의 국경을 쉽게 허물어버렸다. 도요타는 그렇게 30여 년간 미국시장에서 차근차근 명성을 쌓으며 2007년 결국 미국 GM을 꺾고 매출과 판매대수 모두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랐다. 그들의 치밀하고 단결된 모습을 보면 그 영광은 상당 기간 계속될 듯싶었다.
그 2007년 말. 조 후지오 도요타 회장을 일본에서 만났다.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이제 1위가 됐는데 무엇이 걱정입니까.” 그는 “바로 1위라는 그 자체가 걱정”이라고 대답했다. 직원들의 자만심과 1위로서 견뎌내야 할 견제와 책임이 이유라고 했다. 미국과 유럽 등 전통적인 강호를 꺾었으니 역풍이 우려된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1등이기에 받게 될 책무와 관심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워했다. 기자는 “역시 도요타”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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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는 이런 미국 내부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그동안 미국 13개 주에 공장을 건설하고 워싱턴에서 엄청난 로비자금을 뿌리는 등 미국인에게 ‘도요타는 미국 차’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결국 일본 차라는 국적의 한계와 조 후지오 회장의 말처럼 오히려 1위라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미국 유럽이나 한국 등 다른 국적의 자동차회사들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도요타의 가속페달 같은 시한폭탄을 몇 개씩은 숨기고 지나갔을 것이라고 자동차전문가들은 말한다. 렉서스(도요타 생산)를 타고 있던 미국 경찰관 일가족의 사망사고처럼 관심의 초점이 되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차량 결함으로 추정되지만 원인을 밝혀내지 못해 소비자가 피해를 본 수많은 사고에 대해 자동차업계 전체가 ‘회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도요타 사태를 즐거워하기는커녕 속을 더욱 졸여야 하는 이유다.
석동빈 산업부 차장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