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첫 국가고용전략회의 직후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원 문제가 거론되자 말끝을 흐렸다. 장기 실업자가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연간 1200만 원 한도로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에 따른 재정 투입 규모가 얼마인지 산출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재정부가 조세감면제도의 현황을 분석한 ‘조세지출 보고서’를 접한 뒤 이 모순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깎아주는 세금의 규모도 모른 채 정부가 세제 감면 혜택을 준 사례가 이전에도 한두 건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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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보니 재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09년 국세(國稅) 감면 현황’이라는 자료마저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작년 국세 감면 규모가 180개 항목에서 총 28조4000억 원이라고 발표했지만 8.3%(15개)의 감면 내용이 빠져 있다.
정부가 세금을 통해 기업과 서민을 지원하는 비과세 감면제도를 이처럼 정확한 통계 없이 주먹구구로 운영하는 걸 보면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 없이 고용정책을 발표한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이런 상황에 대해 “효과가 의문시되지만 ‘세제 지원이 들어가야 그럴듯해 보인다’는 논리가 먹힌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실상 실업자가 400만 명이 넘은 상황에서 포장만 화려한 정책을 쏟아낸다면 실업자의 허탈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고용전략회의는 정책의 전시장이 아니라 효과와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는 지적에 정부가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홍수용 경제부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