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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왜 액설로드-로브가 없을까

입력 | 2009-09-03 02:54:00


‘분업화 시스템’ 미비-지도자에 역할 집중으로 정치컨설턴트 부재

■ 액설로드-로브-정도전 비교

○ 美 민주당 액설로드 - 2004년 오바마캠프 합류 ‘검은 혁명’ 연출
○ 美 공화당 로브 - ‘보수주의-도덕성’ 무장 부시 재선 이끌어
○ 조선시대 정도전 - 개국 사상기반 제공… 주군과 운명 함께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검은 혁명’을 이끈 최고 브레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종종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직 당시 선임고문으로 활약한 칼 로브 공화당 정치컨설컨트에 비견된다. 두 사람 모두 인생의 절반 이상을 유력 정치가에 대한 조언 및 선거운동 지원에 바쳐왔고 자신이 모신 주군과는 대통령 선거운동 전부터 오랜 인연을 맺어온 동반자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

미국 의회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제갈공명, 또 한 명은 사마중달일 것”이라며 “두 사람은 묘한 라이벌 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브 전 선임고문은 공화당을, 액설로드 선임고문은 민주당을 각각 대표하는 최고전략가이자 각 진영의 중심이론을 만들어 가는 일종의 ‘사상적 건축가’로 불린다.

시카고트리뷴 기자 출신인 액설로드 선임고문은 정치컨설팅업체를 차려 시카고 시장의 오랜 정치컨설팅 파트너 역을 맡아오다가 2004년 상원의원에 도전한 오바마 캠프에 합류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발언 가운데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것이 별로 없을 정도. 지난해 대선판을 뒤흔들었던 “그래요, 우리는 할 수 있어요(Yes, We Can)”라는 선거구호도 그의 작품이다. 요즘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몇 블록 떨어진 액설로드 선임고문의 아파트에서 열리는 오바마 대통령 핵심참모들의 비공식 회동은 주요한 정책방향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의 최고 책사 로브 전 선임고문은 미국을 ‘라이트 네이션(우파의 나라)’으로 개념화해 보수 성향이 강한 미국을 공화당이 영구지배할 수 있다는 논리를 개발해온 풍운아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1950년 12월 25일(로브 전 선임고문이 태어난 날)부터 선거전략을 꿈꿔왔다”고 말한 로브 전 선임고문은 낙태, 동성결혼, 줄기세포 연구 반대 등 종교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보수주의와 도덕적 가치를 내세워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인 부시 전 대통령의 재선을 이끌었다. 그는 “현재의 가치를 지켜나간다면 공화당은 51% 대 49%로 민주당을 늘 이길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선거공학적인 태도 때문에 로브 전 선임고문은 모사가로 평가받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정치컨설턴트의 전성기가 도래하지는 않았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에서는 최고전략가(chief strategist)라는 직함을 가진 정치컨설턴트를 찾아볼 수 없으며 그런 개념도 없다고 말한다. 아메리칸대 봉영식 교수(국제정치학)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조선 개국의 사상적 기반을 제시했고 태조 이성계의 통치철학을 내놓은 삼봉(三峰) 정도전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대권을 꿈꾸는 2인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한 참모도 아니면서 자기가 모시는 주군과 운명을 같이하는 존재”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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