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동아일보 자료사진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섹스 스캔들은 그가 성매매 여성 파트리치아 다다리오(42) 씨와 침실에서 나눈 것으로 보이는 은밀한 대화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는 지난달에도 18세 속옷 모델과 스캔들에 휘말려 부인이 공개적으로 이혼 의사를 밝힌 바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 녹취록에는 "나도 샤워하러 갈 거야. 네가 먼저 큰 침대에서 날 기다리는 게 어때" 등 그의 육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다리오 씨는 앞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로마에 있는 저택에서 20여명의 여성과 파티를 즐겼으며 그의 침실을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도 갖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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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기행과 말실수는 임기 내내 계속돼 왔다. 그는 4월 아브루초 주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해 이재민들에게 "주말 캠핑 왔다고 생각하라" "인근 해변으로 놀러가라" 등 농담을 건네 천막촌에서 생활하며 상심에 빠진 이재민들을 분노케 했다.
또 지진으로 집을 잃은 여성에게 "(바깥 생활 하니) 선크림을 바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적절한 농담이 논란을 빚자 그는 "실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낙관적인 태도와 쾌활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말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또 "우파 여성이 좌파 여성보다 섹시하다" "성폭행 사건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녀 한 사람마다 군인을 붙여줘야 한다" 등 성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선탠이 잘 됐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는가 하면 "서구 문명이 이슬람보다 우월하다"고 말해 중동 국가의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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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기행 탓일까.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지지도는 한 때 70%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최근 5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실언과 기행으로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국제적 비웃음거리가 되는데도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그를 지지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이탈리아 남성들 사이에선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연하의 여성들과 섹스 스캔들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능력 있다'며 부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한다. 미디어 재벌이자 총리로서 재력과 권력을 겸비하고 젊은 여성들과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남성의 이상적 모델로 여기며 선망하는 이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한국외국어대 이탈리아어과 김시홍 교수는 "유럽 국가에선 미국과 달리 정치인의 사생활과 공적인 업무를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부적절한 농담, 스캔들에 대해 이성적으로 비판하기보다 감성적, 인간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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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