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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스캔들? 그까짓 것…” ‘엽기 지도자’의 인기 비결은?

입력 | 2009-07-25 14:26:00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동아일보 자료사진

잦은 기행과 말실수로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72)가 섹스 스캔들로 또 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선 그의 지지율이 잇따른 추문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섹스 스캔들은 그가 성매매 여성 파트리치아 다다리오(42) 씨와 침실에서 나눈 것으로 보이는 은밀한 대화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는 지난달에도 18세 속옷 모델과 스캔들에 휘말려 부인이 공개적으로 이혼 의사를 밝힌 바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 녹취록에는 "나도 샤워하러 갈 거야. 네가 먼저 큰 침대에서 날 기다리는 게 어때" 등 그의 육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다리오 씨는 앞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로마에 있는 저택에서 20여명의 여성과 파티를 즐겼으며 그의 침실을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도 갖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동안 잇따른 섹스 스캔들에 대해 부정해 왔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녹취록이 공개되자 22일 여유 있는 웃음을 띈 얼굴로 "나는 성자(聖者)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개의치 않고 총리 임기를 마칠 의사를 내비쳤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기행과 말실수는 임기 내내 계속돼 왔다. 그는 4월 아브루초 주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해 이재민들에게 "주말 캠핑 왔다고 생각하라" "인근 해변으로 놀러가라" 등 농담을 건네 천막촌에서 생활하며 상심에 빠진 이재민들을 분노케 했다.

또 지진으로 집을 잃은 여성에게 "(바깥 생활 하니) 선크림을 바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적절한 농담이 논란을 빚자 그는 "실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낙관적인 태도와 쾌활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말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또 "우파 여성이 좌파 여성보다 섹시하다" "성폭행 사건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녀 한 사람마다 군인을 붙여줘야 한다" 등 성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선탠이 잘 됐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는가 하면 "서구 문명이 이슬람보다 우월하다"고 말해 중동 국가의 반발을 샀다.

2005년 유럽식품안전국(EFA) 본부를 이탈리아에 유치하는 문제를 두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여성인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을 "내 바람둥이 기질로 설득했다"고 말해 양국 간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같은 기행 탓일까.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지지도는 한 때 70%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최근 5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실언과 기행으로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국제적 비웃음거리가 되는데도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그를 지지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이탈리아 남성들 사이에선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연하의 여성들과 섹스 스캔들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능력 있다'며 부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한다. 미디어 재벌이자 총리로서 재력과 권력을 겸비하고 젊은 여성들과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남성의 이상적 모델로 여기며 선망하는 이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한국외국어대 이탈리아어과 김시홍 교수는 "유럽 국가에선 미국과 달리 정치인의 사생활과 공적인 업무를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부적절한 농담, 스캔들에 대해 이성적으로 비판하기보다 감성적, 인간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좌파를 중심으로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비판하는 이들이 많지만 보수적 성향의 지지자들은 '추진력 있다'며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좌파 정권이 경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이탈리아인들 사이에 실망감이 커진 반면,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나폴리 쓰레기 대란 등을 강압적으로 처리하며 이미지를 차별화한 것도 지지층을 확보한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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