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 (사)한국트리즈협회는 DBR 32호부터 격호로 ‘비즈니스 트리즈’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러시아에서 개발된 ‘트리즈’는 발명 특허 패턴의 분석을 기반으로 창의적 문제 발견과 해결의 방법론을 40가지 원리로 정리한 것입니다. 편집자
현재 우리 기업이 직면한 성장 한계와 이익 감소 등 심각한 문제의 원인은 1960년대 산업화 시기와는 다르다. 과거에는 자금이 없어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지금은 아이템이 없어 신규 비즈니스를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기업과 기업가들이 그동안 비즈니스라는 장에서 ‘문제 해결’만 했지 ‘문제 발견’을 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신규 비즈니스 기회는 문제의 발견에서 나온다.
○메디치가의 비즈니스 기회 발견
문제 발견이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신규 비즈니스’의 정의에서 찾을 수 있다. 신규 비즈니스란 새로운 문제, 즉 사업 기회의 ‘블루오션’을 찾아 그것을 고객이 공감하게 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 이익을 만들어 내는 제반 절차를 말한다. 휴대전화 사업은 고객이 이동하면서 전화를 할 수 없다는 유선전화의 문제점을 발견해 해결해주는 과정에서 나왔다.
유럽 최대의 ‘금융 재벌’이었던 메디치 가문은 15세기 로마 교황청이 갖고 있던 문제를 발견해 비즈니스 기회와 연결했다.
당시 교황청은 유럽 각국의 교회가 거둔 헌금을 일단 바티칸으로 직접 가져왔다. 헌금의 총액을 파악해야 다음 해 재정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헌금은 집계와 재정 계획 입안이 끝난 후 다시 각 지역으로 분배됐다.
문제는 거액의 헌금을 직접 수송하는 데 따르는 많은 리스크였다. 수송대가 중간에서 강도를 만날 수도 있고, 수송 담당자가 헌금을 착복할 수도 있었다. 물론 헌금을 로마로 가져오지 않으면 이런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헌금을 거둬들여 합산하지 않으면 교황청의 재정을 확보하고 다음 해의 살림 계획을 짤 수가 없다. 이것을 트리즈로 표현하면 왼쪽 도표와 같다.
메디치 가문은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들은 돈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돈의 정보’를 보내는 신규 비즈니스를 고안했다. 즉 유럽 각국의 모든 헌금(연간 약 4조 원)을 현지 메디치 은행을 통해 교황청 계좌에 입금하게 한 후, 교황청이 승인한 분배요청서를 가져오는 교회에 돈을 내줬다. 메디치가는 이렇게 돈이 서류상으로만 움직이는 ‘온라인 송금’을 인류 최초로 고안해 냈으며, 교황청의 예금을 굴려 큰 이익을 냈다.
○모토로라가 휴대전화를 만들지 않았다면?
비즈니스는 시장, 제품, 생활, 프로세스, 가치라는 5개 영역에서 고객이 가진 문제를 발견, 공감, 해결해 주고 대가를 받는 행위다.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 왔다. 모토로라가 휴대전화를 만들지 않았다면 오늘날 거대한 이동통신 시장은 없었을 것이다.
비즈니스 발전 과정을 돌이켜보면, 반드시 기존 비즈니스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를 창조하려는 사람이나 기업은 반드시 먼저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발견해야 한다. 진정한 기회의 발견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문제 자체’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앞으로 기업은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고객이 공감하도록 하며, 해결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훌륭한 생각의 도구다. 트리즈는 이를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라고 말할 수 있다.
김익철 한국트리즈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