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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의 과거’ 폭로는 계속된다

입력 | 2008-12-05 03:00:00


美문서보관소 대화록 공개

베트남戰부정적 여론에 화난 대통령… “언론은 적, 주류사회도 적, 교수들도 적”

“언론은 적(敵)이다. 기성 주류사회도 적이다. 교수들도 적이다.”

리처드 닉슨(사진) 미국 대통령이 1972년 12월 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과 알렉산더 헤이그 부보좌관에게 건넨 말이다. 베트남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화가 난 그로서는 경계할 적이 너무도 분명하게 각인돼 있었던 듯하다.

닉슨은 특히 “교수들은 적”이라고 거듭 강조한 뒤 “칠판에 이 말을 100번 옮겨 적은 뒤 결코 잊지 말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 대화는 논란이 많았던 하노이와 하이퐁에 대한 미국의 대대적인 폭격 4일 전에 이뤄졌다. 닉슨 대통령은 이날 대화에서 “우리는 크리스마스 기간에 그들에게 폭격을 시작해 1월 3일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베트남에 협상을 통한 베트남전쟁 해결을 강요하기 위해 재개된 이 폭격에 대해 훗날 키신저는 ‘닉슨이 내린 고독한 결단’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날 대화에서 키신저는 닉슨에게 “그들에게 우리가 간단치 않다는 것을 확신시켜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백악관에서 이뤄진 이런 내밀한 대화는 미국 국립문서보관소가 관리하는 닉슨도서관이 3일 200시간 분량의 육성 테이프와 9만 쪽에 이르는 서류를 공개하면서 드러났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닉슨 연구가인 루크 니키터 씨는 “닉슨은 적어도 크리스마스 공습 문제에 관한 한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했다는 사실이 테이프를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니키터 씨는 “미국 역사상 가장 비밀스러운 정부였던 닉슨 정권이 백악관 대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연대기적으로 가장 잘 정리되는 정부로 남게 된 것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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