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겐 금융위기 같은 거대한 과제들뿐 아니라 공인으로서 그릇의 크기를 엿보게 해줄 ‘자잘한 숙제’가 여럿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개인적 품성의 무게가 드러날 사안들에 그는 어떻게 대처할까.
▽딱한 처지의 고모를 어찌할까=“버락, 고향에 온 걸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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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모 제이투니 오냥고(56) 씨는 현재 불법체류자 신분. 케냐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미국을 들락거린 오냥고 씨는 2004년 미국 망명을 신청했으나 기각돼 추방 명령을 받았지만 보스턴의 병원에서 일하며 근근이 살아왔다.
그런데 대선 직전 ‘고모의 불법체류’ 사실이 언론에 폭로됐고 오바마 후보는 선거를 이틀 앞두고 방송에 출연해 “법은 지켜져야 한다”는 냉정한 말을 해야 했다.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오냥고 씨는 현재 클리블랜드의 친척집에 은신해 있다. 혼자서는 걷기도 힘든 상태로 알려졌다.
물론 대통령 당선인이라 해도 불법체류자의 신분을 바꿔줄 권한은 없다.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의회에 시민권 부여를 위한 개인 입법을 청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장차 이민개혁을 추진할 때 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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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리버먼 의원의 상원 국토안보위원장 자리를 박탈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오바마 당선인은 “리버먼이 민주당 전략회의에 계속 참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측근들은 미 언론에 전했다.
▽‘위험한 후견인’ 다시 눈길 줘야 하나=‘갓 댐 아메리카’ 발언 파문의 제러마이어 라이트 목사를 비롯해 ‘위험한 후견인’ 논쟁이 일 때마다 그는 교회를 옮기거나 절연(絶緣)을 강조해야 했다. 하지만 “외할머니와 마찬가지로 절연할 수 없는”(인종 관련 특별연설) 존재였던 라이트 목사를 언제까지 멀리해야 할지는 그의 고민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