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가산금리 사상 최고
李대통령 “환란때와는 달라”
7일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300원대로 뛰어올라 한국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금융시장 불안과 향후 실물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한국의 국가신인도를 보여주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9.10원 폭등(원화 가치는 하락)하며 1328.1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02년 4월 12일(1332.00원) 이후 6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 거래일 대비 상승폭도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8월 6일(70.00원)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대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거래가 시작된 뒤 ‘사자’ 세력이 몰리면서 1분 만에 1350원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원-엔 환율도 이날 100엔당 1290.29원으로 마감해 1998년 2월 24일 이후 10년 8개월여 만에 가장 높았다.
이날 오전에는 오르는 환율과 떨어지는 주가가 1330원 선에서 교차하는 ‘데드 크로스’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며 전날보다 7.35포인트(0.54%) 오른 1,356.10으로 장을 마쳤다.
2013년물 외평채 가산금리(미국 국고채에 한국의 국가 위험도를 반영해 추가로 붙는 금리)는 6일 현재 2.67%포인트로 지난해 말보다 2.22%포인트 올랐다. 1998년 정부가 외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하기 시작한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현재 위기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와는 다르다”며 “지나친 낙관론은 위험하지만 비관론과 위기의식에 빠져 있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증시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장기 주식형 펀드 가입자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