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페일린 직접 나서 ‘위험한 후견인’ 거론 인신공격
“오바마의 ‘이념적 뿌리’를 들춰 내는 데 승패가 걸렸다.”
미국 대선이 4주일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공화당이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이념적 정체성을 막판 쟁점으로 만들기 위해 전방위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강경 보수진영과 보수파 ‘527그룹’(정당에 가입하지 않은 정치조직)들도 “오바마 후보의 정치적 뿌리는 급진파 인사들과 맞닿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세를 역전시키기 어렵다는 절박감에 처한 보수진영이 국면 전환을 위한 막판 대공세에 나선 양상이다.
▽직접 나선 매케인-페일린=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6일 뉴멕시코 주 유세에서 “오바마의 진짜 모습은 무엇이냐?”며 인신공격의 전면에 나섰다.
4일과 5일 연달아 오바마 후보와 1960년대 과격 테러단체 지도자였던 윌리엄 에이어스 교수의 친분관계를 거론한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는 6일 한발 더 나아가 ‘갓 댐 어메리카’ 발언의 주인공인 제러미아 라이트 목사 문제를 끄집어냈다.
“그 목사가 이 나라에 퍼부은 말은 정말 끔찍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오바마 후보)는 20여 년간 신도(信徒)석에 앉아 그런 말을 들었다. 자리를 박차고 떠나지 않았다. 그냥 눈감아주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에이어스 교수나 라이트 목사, 아직 본격적인 거론은 안 되고 있지만 오바마 후보 부부와 각별한 친분을 맺어 온 팔레스타인 전문가 라시드 칼리디 씨 등은 진작부터 ‘오바마의 위험한 후견인들’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라이트 목사 파문이 한창이던 올 4월 매케인 후보는 노스캐롤라이나 공화당 지부가 이를 이용한 TV 광고를 내보내자 “그런 식의 선거운동은 미국인과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광고를 중단시켰다. 그 후 공화당은 오바마 후보의 이념적 뿌리에 대한 공세를 삼가 왔다.
하지만 이미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조기(早期), 부재자투표가 진행 중이고 선거운동이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지지율 격차가 6%포인트(7일 NBC방송-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조사) 이상 벌어지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보다는 후보 개인을 겨냥한 공격’에 의존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너무 늦었다’ vs ‘그래도 폭발력이 있다’=이런 공세가 먹혀들지에 대해선 일단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공화당 전략가 출신인 스튜어트 스티븐스 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선거판은 (금융위기로 인해) 보통 선거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집에 불이 났을 때 사람들은 누가 불을 제일 잘 끌 수 있는가에만 신경을 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오바마 후보가 정치에 입문할 당시 급진적 성향의 인사들과 끈끈한 인연을 맺었다는 사실 자체는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 ‘미심쩍은 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우려한 오바마 후보도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오바마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펀치를 먼저 날린 건 우리가 아니지만 마지막 펀치는 우리가 날릴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